정치권 장·차관 경질론 분출… 대통령실 “전혀 고려 않는다”

입력 2024-09-09 00:22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첫 단추로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사태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의료계를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의사들과 감정의 골이 깊은 정부 책임자 교체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대통령실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도 복지부 차관이라는 사람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망언으로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며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동시 경질을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6일 “‘스스로 전화할 정도면 경증’이라는 정말 기함할 얘기를 들었다”며 “장차관을 문책하고 대통령도 국민께 사과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차관은 지난 4일 MBC라디오에서 “(환자) 본인이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경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가 현장을 이탈하던 지난 2월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들리게 발언해 의료계의 ‘미운털’이 박힌 상태다.

대통령실이 책임자 경질 요구를 일축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지도부 차원의 공식적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중요한 임무를 맡은 공직자들이 국민께 걱정을 끼치거나 오해를 사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박 차관의 실언을 지적하면서도 거취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위해 ‘선수’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의료계는 현재 복지부 장차관과는 논의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협의체에 의료계를 끌어들일 카드로 장차관 교체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 5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5선 중진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KBS라디오에서 “이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며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통에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은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때”라며 교체에 반대했다. 대통령실도 “현 시점에서 장차관 인사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장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