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대출 고삐를 조이자 그 수요가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보험사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출 문이 덜 닫힌 금융사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의가 폭주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빗장을 하나둘 걸어 잠그는 추세여서 ‘대출 난민’ 발생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주담대 신청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 지난 5일까지 4영업일 만에 주담대 실행 물량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현재 10월 이후 주담대 실행 물량을 신청받고 있다. 보험사 대출의 조기 완판은 매우 이례적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자 보험사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보험사 주담대 금리 하단은 3%대 중반으로 시중은행보다 낮다. 특히 한화생명은 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 다음으로 주담대 취급액이 많다. 삼성생명이 이달 3일부터 유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주담대를 제한하면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발생한 인터넷은행들도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이달 초부터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대상자를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다만 케이뱅크는 주택 갈아타기 실수요자를 고려해 기존 주택 처분을 서약하면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뱅크는 ‘1주택 처분 조건으로 구입자금 대출신청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무주택자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주담대 수요가 일시에 몰린 지방은행들도 금융 당국 눈치 보기를 시작한 분위기다.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주담대 금리를 각각 0.4% 포인트, 0.2% 포인트 올렸다. 다음 달 이사를 앞둔 40대 A씨는 “기존 주택을 팔고 갈아탈 예정이었는데 알아본 대출이 막히는 경우가 허다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