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3. 세계복음주의권 올림픽인 제4차 로잔대회가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크리스텐덤(기독교 국가) 시대의 막이 내리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비서구권) 운동’이 확대되는 선교 흐름을 반영한 대회이기도 하다. 4차 로잔대회는 오늘의 시대에 맞는 선교 전략을 제시하며 세계 기독교에 복음주의의 이정표를 남길 예정이다. 국민일보는 네 차례에 걸쳐 4차 로잔대회에서 발표하는 선언문과 역대 문서 등을 짚어보며 로잔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발자취와 과제를 확인한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위원장 유기성(선한목자교회 원로) 목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교회의 로잔대회 개최를 두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50년 로잔 역사에서 유례없이 중보기도 및 말씀 운동이 확산하는 것을 보며 한국교회가 대회를 개최하며 영적 각성과 연합 운동 등에 도전받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로잔대회를 준비하는 30·40세대의 목회자 실무진이 영적으로 도전받는 것을 보며 한국교회 안에서 건강한 리더십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목사는 또 “일부 우려와 달리 복음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지난 50년 역사를 보면 로잔운동은 복음의 본질을 지키며 선교에 앞장선 열매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로잔대회로 한국교회 내에 연합 기도 운동이 일어났다.
“지난 1년간 매일 아침 성도들이 로잔대회와 한국교회 영적 각성을 위한 공동 기도문을 읽으며 기도에 동참했다. 지난해와 올해 7월 14일에는 전국 기도 대성회를 열기도 했다. 로잔대회 기간에도 대회장 인근의 인천온누리교회에서는 24시간 중보기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로잔대회는 아주 강력한 기도의 울타리 안에서 진행될 것이다.”
-로잔대회가 50년(희년)을 맞아 한국에서 열리는 의미가 특별하다.
“국제로잔은 대회 준비만 하고 나머지 부분은 한국교회가 아시아 교회와 함께 참여하는 형식으로 열린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리더들이 세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30·40대 목회자 중심의 실무진이 10~20년 뒤 한국교회 지도자가 될 경우 한국교회는 그들로 인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서울선언문에서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적 입장을 천명한다고 알려졌다.
“(동성애 문제와 관련) 서구교회와 한국교회, 비서구교회 정서가 약간 다른 면이 있다. 서구에서는 동성애 자체가 일반화돼 동성애에 대해 성경적 입장을 명확하게 할 때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그런데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전 세계 기독교를 대표해야 하니 이번 기회에 서구권 교회에 도전하는 의미도 필요했다. 국제로잔과 대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비장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동안 일부 교계에서 복음의 본질을 지키는 문제에 있어 끊임없이 우려를 제기했다. 로잔은 복음의 확장성도 분명히 강조하지만 복음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지난 50년 역사를 보면 로잔운동은 복음의 본질을 지키며 선교적 열매가 분명했다.”
-로잔대회는 한국교회에 어떤 과제를 던질 것으로 보는가.
“로잔운동처럼 공동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사회 방향성에 대해 선교적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며 전 세계 교회가 제출한 주요 문서를 집약한 선언문을 펴내는 것 자체가 한국교회에 큰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복음주의권 교회가 강하고 규모도 상당하다. 그래서 로잔운동의 실제 모델로 한국교회가 꼽힌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떤 이슈에 대해 연합하고 문서 작업을 한 뒤 행동으로 옮겨지는 일을 지침으로 삼는다면 연합운동으로 인한 갈등과 어려움을 줄일 것이다.”
-로잔대회가 한국 사회 속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국에 처음 전해진 복음은 영혼 구원뿐 아니라 이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다. 선교사들은 교회를 세우고 학교와 병원을 설립에 이 백성의 영혼과 육체를 살렸다. 또 잘못된 인습을 개선하고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세우며 나라의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전을 줬다. 로잔대회는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복음에 대해 더 명확하게 정리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준비위원장으로서 소회도 클 것 같다.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 속에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는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다. 4차 로잔대회는 한국교회가 원해서 유치한 것도 아니다. 국제로잔에서 대회를 치를 만한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로잔위원회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회의를 거듭한 끝에 개최를 결정했다. 로잔대회는 하나님이 주신 명령 같았다. 그래서 소극적으로 하지 말고 영적 각성의 기회로 믿고 적극적으로 준비해왔다. 준비 과정에서 영적인 변화의 조짐을 목도하면서 소망을 갖게 됐다.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은 북한 문제와도 연결돼있다. 북한을 품으려면 한국교회의 초교파적 연합이 필요하며 그 일에 도전받고 훈련받아야 한다. 로잔대회는 한국교회의 진짜 연합이 일어나는 역사가 될 것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