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반도는 유례없는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단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 전체가 폭염, 가뭄, 홍수 같은 기후위기를 앓고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불가항력의 재앙이다. 전 세계적 탄소 감축 노력에도 위기의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5회에 걸쳐 사진 기획 '뜨거운 지구, 기후위기 현장을 가다'를 보도한다. 북극, 아프리카, 유럽, 호주, 아시아 등 기후위기 현장을 찾아 고통받는 지구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눈을 감지 말고 똑바로 봐, 두려움의 실체는 생각과 다를 수 있어.”(영화 ‘니모를 찾아서’ 중)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 해안에 자리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적인 명소다. 남북으로 약 2600㎞에 걸쳐 있고 면적은 한반도 1.5배에 이르는 34만8700㎢의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이다. 전 세계 산호 가운데 3분의 1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있을 정도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저 영화 속 대사이지만, 삶에 큰 힘이 됐었다. 다이빙도 그래서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잔뜩 기대를 품고 호주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비행시간만 10시간, 쾌속선을 타고 다시 2시간이 걸렸지만 형형색색 산호초와 물고기 떼를 상상하며 버텼다. 하지만 기대감이 분노로 돌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튿날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펼쳐진 바닷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죽음의 그림자만 가득한 산호초 군락을 마주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깊은 곳에서 산호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사흘간 목격한 ‘산호초 백화현상’은 처절했다. 산호초 조직에 내부 공생하는 조류가 파괴되면서 기저 골격인 흰색 석회질이 드러나는 중이었다. 수온에 민감한 산호들은 생존의 한계에 도달했고, 자신의 색깔을 잃고 있었다.
산호초는 ‘바다의 숲’이라 불린다. 그 안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공생하며 바다 생태계를 지탱한다. 하지만 뜨거워지는 지구는 바다의 숲을 파괴한다. 생명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거대한 무덤처럼 변하고 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서식하는 산호의 81%가 백화현상 피해를 봤다.
멜버른대·퀸즐랜드대 등에서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1618년부터 1900년까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주변의 수온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다만 수온은 1960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0.12도 올랐다. 연구진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를 파리협정 목표인 1.5도 이내로 제한하더라도 현재 산호초의 70~90%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수중 가이드 제이크 로빈은 “산호들은 백화현상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금 당장 각국 정부, 기업, 개인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언스(호주)=글·사진 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