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부흥의 중심지 안디옥처럼… “예배에 집중하는 교회 될 것”

입력 2024-09-09 03:05
이상준 1516교회 목사가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교회 예배실 입구에 설치된 ‘다윗의 장막을 세우라’는 슬로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상준(52) 경기도 성남시 1516교회 목사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30대 초반부터 기획 사역을 도맡아 진행했던 것도 그의 성격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2022년, 25년간의 부교역자 생활을 마치고 개척에 나선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가 품었던 단 하나의 생각은 ‘예배에 집중하는 교회’였다. 신약성경 사도행전 15장 16절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다시 세우겠다’는 말씀이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 이 말씀을 모티브로 1516이라는 교회 이름을 지었다.

1516교회는 1년 9개월 만에 전국과 해외에서 예배에 목마른 이들이 찾아오는 교회로 성장했다. 지난 5일 교회 예배당에서 이 목사를 만나 교회의 비전과 목회 철학을 들어봤다.

예배에 집중하는 교회

개척을 앞두고 이 목사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 한국교회의 새로운 ‘안디옥’이 될 곳을 찾고 있었다. 안디옥은 초대교회 당시 선교와 부흥의 중심지였던 도시로, 이 목사는 경기도 분당이 안디옥처럼 기독교 신앙의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영적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분당은 기독교 인구 비율이 높고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이 예배를 위해 모일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이는 이들이 서너 명에 불과할 때도 그는 예배에 집중했다. 성가대와 주일예배 대표기도를 없애고 성도들이 찬양과 말씀, 기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예배 방식을 단순화했다. 그는 “예배에 목마른 사람들은 결국 찾아오게 돼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교회 강단에는 전통적인 십자가 대신 대형 LED 화면을 설치해 시각적으로 젊은 감각을 반영했으며 예배 형식은 자유롭고 현대적이지만 말씀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배가 살아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2000명 이상의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특히 40대 이하와 청년층 비율이 높다.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와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세대 세워 개척 주역으로

청소년과 청년들은 이 목사 목회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정기적으로 청소년, 청년들과 직접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그들의 신앙적 고민과 도전을 함께 나눈다. 대표적인 자리가 모교인 장신대에서 여는 리조이스 캠프다. 이 목사는 청소년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신앙을 회복하도록 돕고 있다. 그는 “최근 무신론적 가치관을 가진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그들과 신앙에 대해 변증하며 대화를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청소년들이 신학교에 진학할 때 장학금을 지원하고 이들이 졸업 후 사역에 나설 때는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1516교회는 이 활동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들을 교회 개척의 주역으로 삼아 전국 각지에 예배 공동체를 세우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해서는 대형교회 몇 곳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전국 각지에 흩어진 지역 교회들을 건강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516교회는 30개 교회 개척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의 교세가 약한 지역부터 교회를 세워간다는 계획이다. 이후 전국에 걸쳐 영적 디딤돌이 될 교회를 세우고 나아가 북미를 비롯한 해외에도 교회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300개 교회 개척도 가능하다”며 비전을 향한 확신을 내비쳤다.

목회의 핵심 역량 ‘소통’

이 목사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라 통독’(두란노), ‘신의 언어’(두란노) 등 5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25권의 해외 서적을 번역했다. 그는 “언어가 가진 치유력을 믿기 때문에 저술 활동도 목회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를 통해 영적 깊이를 더하고 책을 읽고 교회를 찾는 성도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교인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여긴다. “교회 사역이 제일 재밌다”고 말하는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교인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즐긴다. 청년들과 매주 목요일 저녁 풋살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청년들과 자연스럽게 교제하며 친밀감을 쌓고 있다. 담임 목사의 성향 때문인지 1516교회에는 목회자 풋살 모임뿐 아니라 여성 성도들의 운동모임도 여럿 결성됐다.

이 목사의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성향은 운동 중에도 발현된다. 그는 각자가 가장 잘하는 포지션을 맡도록 하고 팀워크를 만들어 전략을 세워가는 과정을 즐긴다고 했다. 이를 통해 성도들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서로의 성격과 능력을 파악해 사역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는 “함께 땀을 흘리며 교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교회 사역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계획적인 성격의 이 목사이지만 목회에서는 하나님의 인도에 철저히 따르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소통을 강조한 그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에 따라 유연하게 나아갈 계획”이라며 “오늘도 우리 교회는 예배에 집중하고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남=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