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첫 정기국회에서 민생 협치에 나서는 듯했던 여야가 다시 대치 국면으로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을 강행 처리하고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해 예정됐던 여야 정책위의장 회동을 취소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야당의 일방적인 입법폭주로 인해 내일(6일) 오전 예정됐던 여야 정책위의장 회동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여야 정책위의장 회동은 국민의힘의 요청으로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당초 김상훈 국민의힘·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만나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 구성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여야 대표가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협의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이를 공동발표한 지 4일 만에 관련 논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날 오전 민주당의 지역화폐법 강행 처리가 기폭제가 됐다. 민주당은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당론 추진하는 지역화폐법을 여당 반대 속에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사업에 국가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국가가 지원해 어려운 지방정부 재정을 보완하고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라며 “지역화폐는 골목경제를 살리는 절실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추석 연휴 전인 오는 12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 “민주당은 이재명표 ‘현금살포법’의 시즌2인 지역화폐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이 법안은 일회성으로 25만원씩 지원하는 ‘13조원 현금살포법’을 넘어 항구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반발했다.
여야는 다른 상임위에서도 충돌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국토부 결산안 부대의견에 ‘대통령 관저 증·개축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을 넣을지를 두고 여야가 대립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부대의견을 담은 결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법사위는 이틀째 파행을 빚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자신을 ‘빌런’(악당)이라고 비난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자 회의를 중단했다.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이 전날 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상정해 법안소위로 회부하자 “꼼수 상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불발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