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논의 기구·개혁 방향 사안마다 충돌… 가시밭길 예상

입력 2024-09-06 00:17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모두의 연금액을 줄이고 노후소득보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병주 기자

정부 연금개혁안 발표로 연금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여부부터 개혁 방향까지 여야 간 입장차가 커 지난한 논의 과정이 예상된다. 여야는 정부안에 담긴 소득대체율(받는 돈) 수준, 세대별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 속도 차등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주요 사안마다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는 당장 연금개혁 문제를 어디에서 논의할지부터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국회에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전담시키자고 요구한다. 여당 연금특위 간사를 맡은 안상훈 의원은 5일 통화에서 “연금개혁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물론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다양한 부처가 함께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상설특위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먼저 연금개혁 내용을 검토한 뒤 추후 필요하면 다른 상임위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연금개혁의 방향성을 놓고도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정부·여당은 연금의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 노후소득을 두텁게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안에서 소득대체율을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던 44%보다 후퇴한 42%로 정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깎아내렸다. 반면 국민의힘은 ‘연금 재정 안정성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정부안을 옹호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올리냐에만 목숨 걸 게 아니라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 대한 국가의 인센티브까지 함께 논의해 다층적인 사회안전망을 만들자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정부안대로 하면 매년 7.8%씩 부채가 늘어나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만들기’에 역부족”(안철수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인구·경제 여건 변화와 연금 수급액을 연계한 자동조정장치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연금 삭감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은 “지금도 ‘용돈 연금’ 수준인데 여기서 더 깎으면 노후 대비에 턱없이 부족한 ‘푼돈 연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는 향후 인구 여건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이에 대해 평가하기는 섣부르다”고 반박한다.

중장년층과 청년세대의 보험료율 인상 폭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여야 입장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세대 갈라치기’라고 비판하지만 여당은 “연금개혁을 할 때마다 청년세대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졌던 역사성을 감안해 세대 간 불균형을 보완했다”고 설명한다. 국민의힘 연금특위는 민주당을 향해 “밖에서 욕만 하지 말고 하루빨리 국회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이종선 이동환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