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년 만에 연금개혁안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여야의 ‘연금 공방전’도 시작됐다. 연금개혁은 결국 국회의 터널을 통과해야 빛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조속한 국회 차원의 협의를 촉구했지만, 야당은 “국민 부담과 희생이 늘어난다”며 정부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금개혁은 늦출 수 없는 최우선 국가 현안이지만 양당이 출발선에서부터 다른 방향으로 뛰쳐나가려 하면서 단시일 내 합의 도출은 난망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5일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모수개혁부터 확실히 논의를 완료해야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장한 마음과 각오로 여·야·정이 논의에 동참해 좋은 결론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당장 국회 연금개혁특위부터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해 금년 내에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자”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 논의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연금개혁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실상 논의 가치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노후 소득보다 재정 안정만을 챙기려는 정부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 방안”이라며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액 삭감은 보장성 강화보다 재정 안정화에 치중돼 국민 부담과 희생이 늘게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당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소득대체율(받는 돈) 44%안을 전격 수용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42%안을 국회에 들이밀면 야당과 아예 논의를 안 하겠다는 말 아니냐”며 분노를 표했다.
민주당은 정부안의 핵심인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차등 인상’도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연금 삭감 목적의 ‘꼼수’라고 본다. 또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고, 국내에서도 검토된 바 없는 제도를 국민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나아가 여당이 요구하는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부가 먼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이를 분석한 뒤 논의 단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최승욱 이종선 송경모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