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부적합” 군의관 돌려보내는 응급실

입력 2024-09-06 01:01
연합뉴스

정부가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응급의료기관에 군의관·공중보건의사를 투입했지만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숙련도 낮은 인원이 적지 않은 데다 일부 병원은 업무 협의도 순탄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일명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실 미수용 등을 막기 위해 전국 응급실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기로 했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전날 3명의 군의관을 배치받았지만 복귀를 통보했다. 군의관을 면담한 결과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전날 파견된 군의관 2명이 응급실 업무를 맡을 수 없다고 보고 세종시에 군의관 교체를 요청했다. 충북대병원도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군의관 2명을 돌려보냈다.

이와 관련해 배경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군의관들의 전문 과목과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 등을 병원장이 판단해서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협의에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의관 추가 배치가 이뤄지더라도 응급실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8차 파견(9월 9일~10월 6일) 예정인 250명의 군의관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뿐이다.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전국 응급실 409곳을 일대일로 점검하는 전담책임관을 지정키로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설치·운영하고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별 일대일 응급의료기관 전담책임관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일부 의료기관에 전담관을 지정한 뒤 수시로 모니터링했다.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인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에는 일대일 모니터링 대상을 전체 응급실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개혁에 힘을 실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을 열고 “국민, 의료진, 지자체, 정부 모두의 합심과 협력이 필요한 때”라면서 “지금 힘들다고 개혁의 불씨를 꺼뜨리면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개선되기 몹시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9명의 명예교수 등으로 구성된 의료계 원로들은 첫 시국선언문을 내고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