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조정장치 도입, 1억 받던 92년생 2000만원 깎인다”

입력 2024-09-06 00:05
5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뉴시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발표한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시민·노동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자동조정장치를 인구나 경제 상황에 연동하더라도 ‘낸 만큼 받는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단체들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금 삭감 효과가 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노동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5일 국회 의원회관 9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발표된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위장된 재정 안정화, 위장된 연금 삭감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연금행동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총 연금수령액이 약 20% 삭감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80년생과 1992년생을 기준으로 연금 수령부터 사망 시까지 총연금액이 1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실제로는 2000만원이 삭감된 8000만원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대폭적인 연금 삭감이 이뤄지고, 주로 청년세대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물가 상승률에 경제·인구 변화 상황을 연동해 급여액을 조정하는 일본식 자동조정장치를 제안했다. 현재 연금 급여액은 물가 상승률만 반영해서 인상되는데, 기대수명이나 가입자 감소와 같은 인구 변수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이를 반박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제5차 재정추계 당시 전망한 피보험자(납부자) 감소율은 2023~2093년 1.2%였고, 한국 평균수명은 0.4% 늘어나는 것으로 봤다. 이를 물가 상승률(평균 2%)에서 제외하면 연금수령액 상승은 0.4%에 그치기 때문에 사실상 연금 삭감 효과를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정부의 연금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 큰 틀에선 찬성하면서도 일부 방안은 시기상조이거나 보완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평균소득이 낮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대거 유입되면 연금액이 전체적으로 하락할 수 있어 정년연장이나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등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했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1% 포인트 높이겠다는 정부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해외 연기금의 경우 손실이 원금의 20~30%에 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 손실을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