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포함해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일본 총리가 오는 것이어서 야권에선 ‘고별 파티’니 ‘혈세 탕진 파티’니 하며 비판하지만 회담 결과에 따라선 의미 있는 방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을 포함하면 기시다 총리와 12번째 회담을 하게 된다. 지난해 강제동원 문제 갈등을 ‘제3자 변제안’으로 풀어낸 양국은 셔틀 외교를 복원해 안보 분야를 비롯한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해 왔다.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한·미·일 3국 협력도 크게 진전시켰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이전보다 훨씬 돈독해진 한·일 관계를 재확인하고, 후임 총리로도 협력의 기조가 이어지도록 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양 정상의 우정 어린 친교도 양국 국민들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다만 그간 한·일 관계가 개선된 것은 우리 정부가 일본에 너무 많이 양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들부터 반발하는 강제동원 해법과 라인야후를 둘러싼 갈등, 사도광산 세계 유산 등재에서의 저자세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런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물컵의 반은 일본이 채울 것’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있을 것’이란 말을 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물컵은 채워지지 않았고, 성의 있는 마음이나 호응도 없었다는 게 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런 여론을 감안하면 기시다 총리가 방한 기간 과거사에 대해 보다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담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가 지난해 방한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그보다 더 진전된 입장을 바라고 있다. 아울러 경제 분야나 교류 확대에 있어서도 양적·질적으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명실공히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이 더욱 끈끈해져야 미국의 차기 행정부나 중국에 대한 협상력도 커질 수 있다. 양 정상은 단순히 ‘고별 건배’만 하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