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놓아 달라”고 요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 대표연설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있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눈 데 맞서 민주당 수장을 직격하는 연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지금의 정치 퇴행과 극한 대립의 궁극적인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을 끌어들여 수사와 재판을 방해할 게 아니라 오히려 신속한 수사와 재판을 주문해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 순리”라며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포획된 방탄 정당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우리 정치와 국회가 정쟁에서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1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추 원내대표는 야당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 측이 최근 제기한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서도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라며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른바 ‘독도 지우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외교까지 정쟁거리로 삼는 인식 수준이 안타깝다”며 “낡은 선동정치를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또 과거 광우병, 사드(THAAD), 세월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야당발 괴담을 열거하며 “탄핵한다면 거짓 괴담으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 이런 세력들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을 제안했다. “명예를 훼손하는 막말과 폭언, 인신공격, 허위사실 유포, 근거 없는 비방, 정쟁을 겨냥한 위헌적 법률 발의를 하는 나쁜 국회의원들은 강하게 제재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민생법안 논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비쟁점 민생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민생입법 패스트트랙’ 도입도 거듭 촉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상속세 등 세제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5억원 이상으로 조정하고, 다주택자 중과 제도도 폐지하겠다”며 “내년까지 상속세 부과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 연설에서 ‘개혁’이란 단어는 33회, ‘민생’ 24회, ‘미래’ 13회, ‘청년’은 각각 12회 포함됐다.
추 원내대표 연설 도중 야당 측에서 야유가 계속 터져나오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 원내대표 연설을 잠시 중단시키고 “국민이 보고 있다. 오늘은 경청했으면 좋겠다”고 야당 의원들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