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옛 명소부터 신흥 핫플까지… 자치구 ‘지역 브랜드화’ 경쟁

입력 2024-09-09 04:27
인디밴드 ‘맥거핀’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스타광장에서 열린 ‘제1회 신촌 인디뮤직페스티벌’ 개막식에 등장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서울 자치구들이 지역의 특색있는 상권을 내세워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황금 상권’으로 대표됐지만 쇠락 시기를 맞은 곳은 다시 살리고, 신흥 상권으로 떠오른 지역은 독특한 이미지를 앞세워 ‘브랜드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옛 명소들, 부활 노린다

서대문구 연세로(신촌로터리~연세대삼거리 약 550m 구간)는 2014년 서울시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며 침체기를 맞이했다. 비싼 임대료도 특색있는 업소의 이탈을 부추겼다. 서대문구는 최근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진 신촌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상권 부활의 핵심은 ‘문화예술의 거리’라는 신촌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구는 지난해 신촌 로컬브랜드 상권 강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올해부터 신촌 상표화(브랜딩) 사업에 착수했다. 골목 버스킹과 랜덤플레이 댄스로 구성된 ‘신촌 랩소디’ 행사를 지난 6월부터 세 차례 진행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오는 26일에는 청년 창업 축제인 ‘청춘역 2024’도 진행한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구는 중심 상권이라는 확고한 위상을 갖춘 명동의 브랜드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명동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관광객 감소로 침체를 겪었지만 다시 회복세에 들어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당시 겪었던 위기감은 명동만의 색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안겨줬다. 중구는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된 명동에 ‘명동스퀘어’를 만들어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같은 장관을 펼쳐 보이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명동 일대에는 오는 11월부터 신세계백화점을 시작으로 명동예술극장과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등에 새로운 전광판이 설치될 예정이다. 올해 마지막 날에는 신세계백화점 일대에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도 예정돼 있다.

종로구는 지역 명물이던 ‘주얼리 거리’의 발전 방향을 고민 중이다. 종로구 주얼리 기업과 종사자 수는 2022년 국내 20%, 서울 50%에 달할 만큼 집적도가 높다. 구는 돈화문로 일대를 중심으로 각종 주얼리 페스티벌과 명장 작품 전시, 관련 포럼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종로 주얼리 홍보시설물 디자인 공모전’도 개최했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아이디어는 공공디자인 시설물로 구현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종로 주얼리거리를 상징하면서 방문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사진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양재천길 상권을 강남권 유일의 로컬브랜드로 보고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40여개 와인바, 카페 등이 즐비한 이곳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해 ‘로컬인서울, 양재’ 프로젝트를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다. 양재천길 상권을 브랜드화 할 청년 창업가들에게 자금과 활동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3월에는 소상공인과 공예 작가 등 300여팀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할 수 있는 ‘양재아트살롱’을 개최하기도 했다. 같은 달 진행한 양재천 벚꽃 축제도 양재천길 상권 특유의 이국적 분위기가 더해져 인기를 끌었다.

신흥 핫플레이스 앞세운 자치구들

수십년간 명소로 자리매김했던 상권과 반대로 신흥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곳들의 브랜딩 전략도 주목해볼 만하다.

성동구 연무장길은 패션 팝업스토어와 감성 카페 등이 몰리면서 서울을 넘어 전국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성동구는 이곳의 정체성이자 브랜드가 된 붉은 벽돌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붉은 벽돌 건축물 보전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붉은 벽돌 확대·보전 사업을 시작했다. 공장 부지에 지역 특색을 더한 개성 넘치는 가게를 들어서게 해 과거와 현재를 공존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성동구는 ‘카페거리’로 불리는 연무장길 일대 29만200㎡와 뚝섬역 인근 방송통신대 일대 6만9990㎡도 올해 붉은 벽돌 건축물 조성 사업지로 추가 지정했다.

노원구는 아름다운 숲길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카페거리, 경춘선 공릉숲길의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명 ‘공리단길’로도 불리는 경춘선숲길 2구간은 작지만 개성 있는 카페와 아기자기한 디저트, 소품 가게들이 들어선 뒤 큰 인기를 끌었다.

노원구는 공리단길의 핵심 키워드를 ‘커피’로 설정하고 상권 특성을 주제로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에 개최된 커피 축제는 큰 인기를 끌었다. 노원구 관계자는 “서울시 내에서 커피축제를 하는 곳은 공리단길 밖에 없다”며 “커피와 함께하는 여가 문화를 대표할 수 있도록 공리단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홍은동 홍제폭포를 찾은 방문객들이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카페폭포’에 앉아 홍제천에 떨어지는 폭포수를 감상하는 장면. 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 홍제동의 홍제폭포는 2011년 조성 이후 13년 만에 뜻밖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서대문구가 지난해 4월 홍제폭포 인근 주차장 일부와 창고 등을 없애고 개장한 ‘카페폭포’가 틱톡 등 SNS에서 화제를 모으면서다. 카페폭포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서대문구는 이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다양한 부대 행사를 기획 중이다. 올해는 영천시장 등 인근 전통시장과 연계한 먹거리 장터, 단오 축제, 청년 작가 전시회 등을 진행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