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쳤다. 인구·경제 여건 변화와 연금 수급액을 연계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금액의 20%가 삭감돼 청년층에게 피해가 간다는 주장이다. 자칫 개혁안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연금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여야정이 대화를 통해 쟁점들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5일 자동조정장치가 연금 삭감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이 제도는 이미 보험료 수준이 20%에 육박한 성숙한 연금제도를 가진 국가에서 도입된 것으로 우리나라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은 국민연금에 일본식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1980년생(44세)과 1992년생(32세)의 총 연금액은 기존 연금 수급액 대비 각각 79.77%와 80.72%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총 연금수급액이 1억원이라면 2000만원이 삭감된 8000만원만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여건에 따라 연금 자동조정을 해도 절대 전년보다 받을 돈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8개국 중 24개국에서 운영 중인 이 제도는 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낮추는 방식이다. 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순기능이 예상되지만, 저출생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수급액이 깎이거나 받는 시점이 늦춰질 공산이 커 논쟁이 불가피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빨리 오르는’ 세대별 보험료 인상 차등화 역시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금 개혁안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총론에는 대체로 합의가 이뤄진 만큼 각론에서 이견이 있는 부분은 국회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21년 만에 나온 연금 개혁안이 이번에도 좌초돼선 안 된다. 지방선거와 대선의 영향을 받기 전인 올해 말 내년 초가 이번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달성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여야는 이번엔 반드시 이뤄낸다는 각오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