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밤을 청년들의 신앙 열정으로 뜨겁게 달궜던 갓플렉스(Godflex)는 캠퍼스 선교단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크리스천 학생들에게는 신앙의 회복과 결단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동안 교회 예배당에서 진행하다 처음으로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갓플렉스는 캠퍼스 부흥의 열매를 준비하는 복음의 씨앗들을 남겼다.
위축된 캠퍼스 복음화 현실
취재진은 4일 집회에 앞서 캠퍼스 선교단체 대표와 학부생들을 만나 캠퍼스 복음화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독교대학인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학부는 학생 중 절반가량이 구원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새내기 김태한(18)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로 신앙생활은 자율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면서 “교회를 매주 나가기도 쉽지 않고 믿음을 지키기 어려운 유혹도 많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은 캠퍼스 선교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대부분의 선교단체는 현재 10명 안팎의 소규모 활동에 그치고 있었다. 매일 만나서 큐티를 하던 모임들은 줌(Zoom)으로 대체됐고 전도활동도 쪼그라들었다. 임진혁(39) JDM(예수제자운동) 간사는 “지금 대학생들은 코로나 이후 교회를 떠난 경우가 많고 영적으로 더 메말라 있는 상태”라며 “비대면 모임이 익숙해지면서 실제로 만나 복음을 전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캠퍼스 부흥의 터닝포인트
“말씀 뽑고 가세요! 인생이 바뀝니다!” “뽑기하고 선물 받아가세요!”
갓플렉스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백석대 백석홀 앞엔 열정 넘치는 청년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캠퍼스 선교단체는 기독교 콘텐츠와 간식을 제공하면서 눈길을 붙잡았다. JDM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캘리그래피 열쇠고리와 JYM의 말씀카드 뽑기와 축복기도, ‘하마터면 혼밥할 뻔했다 밥 잘 사주는 이에스에프’ 등 센스있는 문구가 적힌 ESF(기독대학인회)의 홍보 굿즈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독교학부 학생들은 뽑기에서 나온 ‘성경 속 단어 찾기’ ‘비닐장갑 끼고 성경구절 찾기’ 등 재미있는 미션을 성공한 참가자에게 간식 선물을 주며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백석대 기독교학부 부회장 박찬미(22)씨는 “비신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과 성령이 전해지는 갓플렉스가 되고, 여기서 은혜받은 청년들이 계속해서 예배를 할 수 있는 후속 모임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SF 간사 홍하빈(26)씨도 “집회 이후 친구 초청 예배를 진행해 캠퍼스 전도활동에 불을 붙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집회 열기 잇는 모임들
처음으로 무대를 대학 캠퍼스로 옮겨 개최된 만큼 갓플렉스의 열기는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준비된 메신저들의 강연이 마무리되고 잔치공동체의 환송 찬양에 앙코르 요청까지 이어지며 오후 11시를 훌쩍 넘겨서야 참가자들이 집회 현장을 나섰다.
현장 여운을 담아 은혜를 나누려는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독교학부와 경찰학부 학생들은 집회장을 나서기 전 둥글게 모여 캠퍼스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했다. 집회 입구 쪽에 모인 백석대 컴퓨터공학부 선교부 청년들은 갓플렉스 집회를 통해 느낀 점과 기도 제목을 공유했다.
강윤석(22)씨는 “갓플렉스를 통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중심에 선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컴퓨터공학부 담임목사를 맡은 윤석주(45) 목사는 “백석대 내 전체 선교부 학생들이 모이는 연합수련회를 앞두고 있는데 갓플렉스가 학생들이 더 풍성하게 교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 것 같다”며 웃었다.
신입생 김경하(20)씨는 “학교가 미션스쿨이라는 정체성을 잘 지키고 캠퍼스에서 크리스천 청년들이 더 당당해지고 진짜 갓플렉스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졸업 후 5년 만에 학교를 방문한 조범희(29)씨는 “사회에서 일하면서 잃었던 신앙을 다시 채우고 회복하는 시간이었다”며 눈물로 고백했다.
천안=글·사진 김수연 최기영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