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바뀌었던 건 1980년 무렵이었다. 김병철(69) 경찰선교회 대표목사는 당초 회계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군에서 특전병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때 경찰과의 합동훈련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경찰 제복을 입는 자신을 꿈꿨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이듬해 제30기 경찰간부후보생 선발시험에 합격해 경위로 입직했다.
‘강력계의 전설’로도 통했던 김 목사는 경찰 복무 대부분의 시간을 강력계에서 활동했다. 1990년대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에 선봉장으로 일조했으며 그가 구속한 조직폭력배만 160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2005년 경무관 승진에 이어 2009년에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북지방경찰청장,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경찰관으로서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2013년 백석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복음 전하는 목회자로서 ‘인생 2막’을 연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경찰선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30여년 동안 경찰관으로 복무하면서 하나님께 받은 게 너무나 많았다. 힘들 때마다 저를 붙잡아주셨고, 때때로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멀어져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셨다”면서 “‘남은 기간 하나님을 위해 일해 보자’는 마음으로 목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언급한 힘든 순간은 다양했다. 특히 그는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범 ‘유영철 사건’을 꼽았다. 그는 “2년 동안 유영철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떠맡다시피 이 사건을 맡게 됐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수많은 경찰이 붙어도 풀리지 않던 걸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늘 따라붙었다”고 밝혔다.
“제 능력으론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하나님께 의지했습니다. 다니엘이 하루에 세 번, 동일한 자세로 기도했던 것처럼 저도 수사와 함께 하루 세 번씩 기도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더욱 커졌습니다.”
김 목사는 “그렇게 기도와 수사를 병행하던 가운데 하나님께서 저를 도와주셨다. 유영철 사건은 제가 맡은 지 일주일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전한다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는 공무를 수행하며 배운 노하우를 토대로 북방선교회를 설립해 탈북민 생활법률 무료상담을 시작했다. 2018년에는 경찰선교회 대표회장으로 추대돼 경찰선교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 범죄 예방을 담당하는 경찰은 1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복음화 비율은 약 9%, 1만3000여명에 그친다. 국내 기독교 인구가 약 20%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군선교와 함께 거론되는 게 경찰선교지만 복음 불모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김 목사는 “경찰업무는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으며 약 70%가 대면으로 진행된다”면서 “사랑으로 무장한 ‘예수 경찰’은 한 사람의 영혼만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큐베이터로서 선교사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