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진언승부(眞言勝負)

입력 2024-09-06 03:06

진검승부(眞劍勝負)는 진짜 칼로 승부를 가린다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최선을 다해 죽기 살기로 임하는 승부나 시합 겨룸을 가리킵니다.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에서 우리는 이런 진검승부와 같은 명승부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이러한 승부는 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삶의 무게와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오셨을 때 이러한 승부를 보이신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사역 초기 성령에 이끌려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신 바로 그때입니다. 40일 동안 금식 기도를 하신 주님은 매우 시장하셨습니다. 이때 마귀는 예수님의 능력을 이용해 지금 당장 배를 채우라고 유혹합니다. 마귀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육신의 욕구를 채우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또 마귀는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로 데리고 가서 뛰어내리라고 유혹합니다. 마귀는 세상이 갈구하는 명예 권세 인정에 대한 욕구를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채우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귀는 예수님을 지극히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천하만국과 그 영광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탐심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귀는 완전한 인간이시기도 한 예수님을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최선을 다해 공략했습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말씀으로 이기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마귀의 시험 때마다 “기록되었으되”라고 하시며 말씀을 인용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마귀 또한 “기록되었으되”라고 하며 시편 91편 11~12절을 인용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예수님과 마귀의 대화는 엄청난 영적 승부로 말씀을 검처럼 사용하는 ‘진언승부(眞言勝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인용한 말씀과 마귀가 가져다 쓰는 말씀이 부딪히고 마귀의 유혹과 예수님의 단호한 선포가 맞서게 됩니다.

결국 이 진언승부에서 주님이 승리하셨습니다. ‘기록된 말씀’으로 이기셨습니다. 그러나 이 승부를 자세히 복기해 보면 마귀는 ‘기록된 말씀’과 ‘종교적 용어’를 사용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고 우리 주님은 ‘기록된 말씀’으로 오직 하나님께 집중하라고 하셨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즉 주님의 승리는 단순히 말씀을 잘 인용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에 승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거친 싸움에서 때로는 시험에 넘어지기도 하고 환난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진언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그저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통해 우리의 주어가 하나님이심을 선포하고 우리의 목적어가 하나님이심을 증거하며 우리의 서술어 역시 하나님이심을 알려야 합니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게 됨(요일 2:17)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도훈 목사(동산교회)

◇서울 관악구 동산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입니다. 1971년 설립 이후 신림동이라는 ‘새로운 숲’ 안에 동산(garden)처럼 주님께서 주신 지상명령인 사람을 살리고 키우고 보내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도훈 목사는 부산대와 총신대 신대원(M.Div./Th.M./Ph.D.수료)에서 공부하고 덴버 세미너리에서 수학 중입니다. 원일교회 사랑의교회에서 사역하고 지난해부터 동산교회 3대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