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긴급 파견했지만… 수도권 응급실도 축소·중단 속출

입력 2024-09-05 07:44
4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이대목동병원에 군의관 3명을 파견했다. 윤웅 기자

정부가 4일 인력난을 호소하며 운영 제한에 들어간 응급실에 군의관을 파견했다. 정부는 군의관 파견과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증 환자 분산 등을 통해 응급의료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전문의 사직과 휴직 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응급실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되거나 중단된 병원은 총 5곳이다. 건국대충주병원과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은 주말과 야간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 서남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이대목동병원은 매주 수요일 야간 진료를 제한한다. 순천향천안병원은 소아응급의료센터를 주 3회 주간 운영만 하고 있다.

정부는 운영 중단 위험도가 높은 집중관리대상 의료기관에 군의관을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군의관 15명을 이대목동병원 3명, 강원대병원 5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아주대병원 3명 등 분산 배치했다. 정부는 이날 배치된 15명 중 8명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강조했다. 또 군의관과 공보의 인력 235명도 오는 9일까지 응급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추가 파견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을 열고 “인력이 워낙 부족하므로 응급실에서 한 듀티(근무시간 단위) 당 2명 정도는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라며 “(군의관 등이) 주 근무자를 도와서 일을 분담하면 훨씬 현장의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파견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운영 차질을 빚는 현재 응급실 상황에 대해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응급실 미수용, 즉 뺑뺑이 문제는 수년간 누적돼서 계속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 (재유행) 상황이 호전되고,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의 여러 노력이 종합하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와 달리 현장에선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는 병원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업무 공백을 부담해온 응급실 전문의와 간호 인력 등의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후 진료마저 원활하지 않은 탓에 곳곳에서 의료 공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남부를 담당하는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심폐소생술 등이 필요한 초중증 환자만 받기로 했다. 경남 양산 부산대어린이병원도 소아응급실의 호흡기 진료를 무기한 중단한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은 전날 추석 연휴 기간 야간·주말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운영 제한이 예상된다고 파악한 응급실은 25곳이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관이 적지 않아 운영 차질을 빚는 응급실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