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오, 서울 강남구 GS타워 사내식당 그래잇(GRE, EAT). 편안한 노란빛 조명에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이곳은 사내식당이 아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처럼 느껴졌다. 군데군데 놓인 잎이 큰 초록 식물 덕분에 지하 2층에서도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김민지(34) 영양사는 그래잇을 총괄하는 매니저다. 영양사로 일한 지 올해로 12년 차인 김 매니저는 과거 파주 세경고 영양사로 일할 당시 바닷가재·캐비어 등 기존 급식에선 보기 어려운 고급 음식을 제공하며 화제 몰이를 했다. 스타덤에 오르며 수많은 곳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다. 그중 GS를 택한 건 직원들이 일하고 먹는 공간의 변화가 기업의 일하는 문화를 바꾼다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진심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2020년 취임한 허 회장이 가장 먼저 지시한 것 중 하나는 사내식당 리모델링이었다.
그래잇에서는 매일 3가지 식단을 점심으로 제공한다. 한식 위주의 G, 양식과 일품 메뉴 R, 샐러드와 수프를 곁들인 E다. 평일에 GS타워로 출근하는 약 3500명의 직원 중 평균 1800~1900명이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출근 인원의 약 54%가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셈이다. 김 매니저는 “강남권 사내식당에서 이 비율이 50%를 넘는 곳은 거의 없다. 평균 30~40%대”라고 말했다. 그만큼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쉐이크쉑·남영돈 등 유명 브랜드와도 협업한다. 김 매니저는 “다른 업체에서 음식을 사서 나눠주는 건 어디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무조건 그래잇에서 조리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쉐이크쉑과 협업할 당시엔 조리사 약 20명이 파견 나와 사내식당 직원들과 함께 주방에서 햄버거를 만들었다.
김 매니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고객 만족이다. 이에 SNS·사내 인트라넷·자체 제작한 데이터 대시보드 3가지 경로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노력 덕에 2020년 하반기 5점 만점에 3.84점이던 만족도는 2022년 하반기 4.35점으로 상승했다. 조사에 참여한 직원도 223명에서 1485명으로 약 6.6배 증가했다.
지금껏 국내 주요 대기업과 정부 기관 등 20여 곳에서 운영 방식을 배우러 그래잇 견학을 다녀갔다. 김 매니저는 “앞으로도 직원들과 신뢰를 쌓으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따뜻한 집밥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