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은 李 ‘의료대란’ 정부 대응 비판… “의대증원 급하게 추진 전면 재검토해야”

입력 2024-09-05 00:2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당내 ‘의료대란 대책 특별위원회’와 함께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을 방문해 응급의료 현장을 점검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대해 “상황이 너무 많이 꼬여 있다”며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추석 연휴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자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내 의료대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을 찾아 응급실 의료진과 1시간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이 대표는 ‘응급실 뺑뺑이’로 표현되는 의료대란 실태를 파악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근본 대책을 신속히 수립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붕괴 상황에 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정책위의장이 만나 논의하는 테이블을 만들었다고 들었지만 추석 이전에 실효적 대안을 만들지에 대해선 낙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특히 “의대 정원 증원의 방향이나 지향은 바람직하지만 규모나 기간 등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급하게 추진돼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증원 규모 또는 기간을 어떻게 분산할지, 지역 공공 필수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고려해 전면 재검토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산의 태도가 너무 요지부동”이라며 “여야 사이에 일정한 의견접근이 이뤄진다고 한들 정부에서 수용될지는 매우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의료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전면 재검토를 언급한 건 제1야당으로서 국민 생명과 직결된 민생 문제를 책임감 있게 챙기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는 추석 의료대란 우려에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간사단 회의에서 “추석 연휴가 긴 만큼 각 의원들이 지역구의 응급실을 방문해 현장을 살피고 의료진을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구에 응급실 공백 문제를 풀어 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추석 민심을 걱정하는 마음은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구분 없이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해 응급실 운영 상황을 확인하고 의료진을 격려했다.

박장군 구자창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