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세요.’ ‘교회에 가까이 다가가는 NCCK가 되기를.’ ‘연약한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가 됩시다.’
지난해 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가 마련한 ‘에큐메니컬 송년의 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손으로 적어 남긴 ‘100주년을 맞은 NCCK에 바라는 점’이다. 파란만장했던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뒤로하고 침체된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운동의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미현 연세대 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6월 WCC 교육위에 모인 전 세계 에큐메니컬 지도자 대다수가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를 했는데 한국교회 상황이 제일 심했다”면서 “이념 대립과 진영 논쟁이 심한 한국에서 에큐메니컬은 저변 확대에 실패했고 소수 엘리트의 탁상공론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부산에서 열린 WCC 10차 총회 전후로는 반대 시위까지 열리는 등 에큐메니컬에 대한 한국교회의 오해가 크다”면서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과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가가려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안했다.
NCCK의 에큐메니컬 활동이 위축된데는 동성애 논쟁을 빼놓을 수 없다. 회원 교단 가운데서도 핵심 교단으로 꼽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총회 등은 NCCK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고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탈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NCCK는 “총회나 실행위원회 차원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그 어떤 성명을 낸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반대 목소리는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NCCK 활동이 일부 대형교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동시에 회원교단에서는 NCCK의 행보가 일선 교회의 정서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에서는 NCCK 정체성과 점차 보수화된 한국교회 간 커진 괴리감을 메우기 위한 소통의 확대를 가장 큰 과제로 꼽고 있다.
NCCK는 에큐메니컬 교육을 통해 다음세대를 끌어들일 방안도 모색 중이다. NCCK가 지향하는 정의구현과 약자보호, 기후위기 극복 등의 활동이 이 시대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 정서와 맞아떨어짐에도 청년 활동가들이 NCCK를 외면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극복할 필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총무는 “NCCK가 청년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에큐메니컬 정신이 확대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면서 “또 회원 교단 파송을 받아야 위원회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적 특성상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총무는 “NCCK가 청년들의 공감대와 관심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제와 이슈를 개진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용하는 정신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NCCK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고 선교 동력이 상실된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시대적 소명을 위한 연대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생 총무는 “지난 100년간 NCCK는 민족적 과제를 놓고 기도하며 한국교회와 사회 간 가교 역할을 해왔다”면서 “분단의 산물인 분열과 이념 갈등, 사회 양극화, 비혼과 저출생 문제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함께 맞닥뜨린 기후위기와 재앙을 함께 극복하며 한국교회가 다시 인정과 신뢰를 받도록 개혁하는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