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처치’ 구상 중인 할아버지 목사
“제가 제주 출신이라 바다랑 친한데 보드를 타는 건 또 다르더라고요.”
최근 어린이와 청년 등 성도 15명과 강원도 양양으로 2박 3일 ‘묵상이 있는 서핑캠프’를 다녀온 하정완(65) 꿈이있는교회 목사의 표정에는 ‘힘들었다’는 설명과 다르게 설렘이 드러났다. 지난 30여년간 청년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영화 음악 사진 그림 등 다양한 문화에 도전한 그에게 서핑은 또 다른 영역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영화 설교자’로 이름이 잘 알려진 하 목사는 내년쯤 해안 지역에서 예배를 드리는 ‘서핑 처치’를 구상하고 있다. 색다른 시도에 대해 “항상 재밌는 것만 하신다”고 반응했더니 “재미없는 건 안 한다”는 너스레가 돌아왔다.
그의 청년 사역에 대한 사명은 199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시작됐다. 특히 교회 밖 청년에 관심이 많았다. 영화나 서핑 등 다양한 문화를 예배에 접목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 목사는 “교회 개척 초기 한 예술대학교 재학생이 친구를 전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말해 그들과 1년 정도 밥집을 돌아다니면서 영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설교는 영화 800편에 달한다. 그는 작은 교회 5곳을 선정해 영화 설교 원고를 제공하는 등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계획도 밝혔다.
하 목사가 오랜 기간 청년사역에 매달린 만큼 열매도 많다. 성숙한 크리스천을 위한 2년 반가량의 훈련과정인 ‘더플랜’과 ‘제자학교’를 졸업한 청년 등 성도가 1000명이 넘는다. 하 목사와 함께 꿈이있는교회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아이즈필름’을 통해 영화를 제작한 청년이 영화 ‘파묘’ ‘검은사제’의 장재현 감독으로 성장한 일화는 유명하다.
슬하에 자녀가 없는 하 목사는 “어쩌면 이것이 청년 사역을 계속할 수 있는 비밀이라면 비밀”이라고 웃었다.
막 혼내도 사랑받는 할머니 전도사님
최근 경기도 김포의 하나로교회(백선기 목사)에서 만난 정희(71) 전도사와 한창 인터뷰하던 중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기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여성 집사였다. 그는 자신의 중학생 딸이 요즘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정 전도사님이 은퇴하지 않길 기도한다’고 전해왔다. 정 전도사는 “70세가 넘은 제가 청년부를 맡았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며 “옛날 전도사를 지지해주는 담임목사님이 있고 그 말을 따라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담임 백선기 목사는 정 전도사보다 7살 어리다.
정 전도사는 토요일 청년부 설교와 기도를 인도한다. 오후 5시30분에 시작한 예배는 2시간 넘게 진행된다. 그는 “조는 성도의 이름을 대놓고 부르는 등 세게 혼낼 때가 많고 십일조도 강조하는 등 크리스천으로서 모범을 보이라고 늘 잔소리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군말 없이 ‘할머니 전도사’를 따르고 오히려 “더 혼내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미혼인 정 전도사가 20년 넘도록 솔선수범하며 청년에게만 헌신한 삶을 알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다른 교역자들이 귀띔했다.
40대 후반에 20명과 시작한 청년부는 현재 100여명이 함께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인 이은혜도 이 교회에 다닌다. 한 목회자 가정에 입양되는 형태로 귀화했지만 한국의 가족이 해외 사역으로 떠나 있는 동안 정 전도사는 시합 응원 등 이은혜를 살뜰하게 살폈다.
사랑의 결실도 크다. 교회에서 만나 결혼한 커플을 일컫는 ‘하나두리’가 20쌍에 달한다. 이들 부부와 청년부 성도는 정 전도사의 환갑뿐 아니라 고희연까지 직접 열어줬다.
그는 실제 나이보다 10살 정도 어려 보인다. “체력적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에 순종하고 싶다”고 했다.
그냥 기다려주는 목사님
청소년사역을 하는 박흥주(56) 목사에게는 원칙이 있다. ‘아이들과의 만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것이다. 전화 온 날 만날 수 없다면 아무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게 하고 주인에게 밥값을 계좌이체 해주려 한다. “다음에 보자”고 답했던 청소년 2명이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아픈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특히 집을 나온 아이들이 목사인 제게 전화를 걸 정도면 정말 배고프거나 정신적으로 벼랑 끝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20대 중반 평신도 때부터 청소년 담당으로 봉사했고 30대 초반 신학대에 입학해 늦은 나이에 목사가 된 뒤에도 청소년사역에 몸담았다. 전남 순천과 고흥 등 지역아동센터와 학교,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교육 강사로 활동한다. 2016년 순천에 문을 연 청소년 카페 ‘러브트리’도 그의 주요 사역 중 하나다.
러브트리는 아이들이 컵라면이나 과자 등을 먹으며 쉬는 공간이다. 하루 평균 50~70명이 다녀가는데 박 목사를 포함해 봉사자가 상주한다. 아내가 마련해준 보증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이 청소년 쉼터는 지역의 작은 교회가 월세와 고정 지출 비용을 함께 대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저처럼 중년의 목사가 청소년사역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반대로 이 사역에 관심이 있어도 사례비 등 현실적인 문제로 헌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순천의 천보교회(오상영 목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청소년부를 맡으며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외부 강연 등에서 올린 수익은 청소년사역에 쓴다.
박 목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라탕을 함께 먹거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등 트렌드를 좇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보다 진심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저 목사님과 얘기하면 ‘나 때는 말이야’ 같은 잔소리하는 대신 말을 잘 들어주고 기다려준다고 아이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사역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급함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들도 바른길을 몰라서 엇나가는 게 아니거든요. 때를 기다려주고 또 괜찮다고 토닥일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살고 싶지 않다던 고3이 지금은 세 아이 아버지가 되어 가끔 고기를 사준다고 연락이 오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아버지뻘 되는 그는 아이들로부터 “귀엽다”는 표현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자신을 편안하게 생각하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대 중반인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교회가 청소년이나 청년을 대하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담배를 피우는 한 청년이 ‘냄새난다’는 핀잔에 교회를 떠난 사례를 언급하면서 “교회가 이미 잘 준비된 아이들만 오길 바라는 것 같다”며 “한 귀한 영혼이 교회에 와서 변화되길 기대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