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응급실 붕괴상황 아냐… 인력난은 전공의 이탈 때문”

입력 2024-09-04 01:17
3일 서울 종로구 한 대학병원에 붙어 있는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문 앞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정부는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군의관 15명을 4일 배치하고, 9일부터는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일부 운영 차질을 빚고 있는 응급실 상황을 ‘의료 붕괴’로 표현하는 것은 과도한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특히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의사 인력난 문제는 최근 제기된 것이 아니라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장기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최근 응급실 진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환자를 떠난 전공의가 먼저 잘못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종합정책질의에서 “의료 붕괴는 과한 표현”이라며 “어려움은 있지만 응급 진료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병원이나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서 객관적인 지표를 공개하고 있고, 우려가 있는 곳은 전담관을 붙여 밀착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을 열고 “전체 응급실의 총 의사 수가 감소한 것은 2월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응급실 의료진이 겪는 어려움은) 최근 상황 변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된 이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484명으로 지난해 4분기(1418명) 대비 66명 늘었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다른 과 전문의도 49명 증가한 161명이었다. 하지만 레지던트(전공의) 규모는 54명 줄어든 537명이었다. 일반의·인턴은 188명 줄어든 35명이 의료 현장에 남아 있다. 박 차관은 “응급실 미수용(일명 뺑뺑이) 문제는 의사 인력 부족이나 의료전달체계 등 정부가 의료개혁의 목표로 삼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4일 군의관 15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아주대병원(3명), 이대목동병원(3명), 충북대병원(2명), 세종충남대병원(2명), 강원대병원(5명)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9일부터 군의관·공보의 약 235명을 위험도 순으로 분류한 의료기관에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전공의와 함께 의대생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월이 (의대생 복귀의) 골든 타임”이라며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응급실 인력난 해소와 의대생 복귀의 선결 과제로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조 장관과 이 부총리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정부가) 응급의료에 문제가 없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라며 “2025년 의대 정원을 취소해 (의과대학)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