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정책 강조될수록 되레 결혼·육아 부담 커져”

입력 2024-09-04 01:47
3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한·일·중 인구 포럼에서 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급격한 저출생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2030세대 인식 변화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정책이 강조될수록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위기를 강조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사회 인식을 같이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은 3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2024년 제1차 한·일·중 인구 포럼’을 개최했다. 김상희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저출생 대책은 아이를 낳고 겪는 개인적인 삶에 정부가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다양한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 중국의 저출생 문제의 원인 진단과 함께 해법을 공유했다. ‘한국의 2030 사회인식과 저출산 정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사회 구성원이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미치고 있는지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청년들은 정책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책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소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책임연구원은 “특히 청년은 가족에 대한 효용성이 낮기 때문에 청년에 대한 인식과 경험, 미래 기대에 대한 다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좌장을 맡은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제도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기성세대들의 양보를 받아야 하는 부분인데, 이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30년 넘게 사회 인식 조사 변화를 분석하며 저출생 대책을 평가해 왔다. 모리이즈미 리에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청년들은 가까이에서 임신한 사람을 본 적이 없거나, 어린아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어른이 된 경우가 많다”며 “가족 형성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기 어려운 세대이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존중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출생 정책이 많이 나올수록, 미혼층에게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한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다”며 “정책을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우 양 중국 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장은 공공 서비스 확충과 예산의 투입을 강조했다. 도우 소장은 “출산이나 육아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공공서비스를 확대하고, 공공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해야 출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