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는 3일 야권이 추진 중인 ‘검찰청 폐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할 수 있느냐”는 야당 질의에 “어떤 권력이든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를 거론하며 “이쯤 되면 검찰은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하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전주지검이 문 전 대통령 손자의 태블릿을 압수하는 등 스토킹 수준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검찰은 운명을 다했고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 후보자는 “검찰은 법원의 사법 통제를 받아가며 영장에 의해 수사를 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수사를 지휘하는 전주지검장이 ‘윤석열 사단’으로 평가된다며 수사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 안에 사단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 수사는 배은망덕·패륜 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심 후보자에게 “사위 특혜 채용은 사실관계가 명백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검사 출신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도 총장이 되려고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사건, 채상병 사건을 잘 처리하겠다는 충성 맹세를 했느냐”고 물었다. 심 후보자는 “모욕적 질문”이라며 “의원님도 평검사들이 얼마나 사명감과 정의감이 높은지 잘 아시지 않느냐. 평검사들이 출세하겠다고 수사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냐”고 했다.
심 후보자는 김 여사 사건 관련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그는 오는 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외부 심의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여사 대면조사에 대해서는 “조사 장소는 수사팀에서 제반 사정과 규정에 따라 정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서울 휘문고 동창인 김 여사 오빠와의 친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이”라며 “연락처도 모르고 연락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심 후보자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집행정지 명령 결재를 거부했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며 당시 심경을 물었다. 심 후보자는 “용기가 아닌 양심의 문제였다”며 “당시 제게 주어진 자료상 결재할 수 없었기에 결재를 안 했다”고 답했다.
심 후보자는 가족이 보유한 해외주식 처분 계획을 묻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질의에 “배우자가 전문직으로 평생 일하고 있고 각자 재산을 갖고 있는데 팔라 말라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배우자와 상의 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의 배우자와 두 자녀는 현재 애플·엔비디아·테슬라 등 28억원 상당 해외주식을 갖고 있다. 후보자 가족의 총 재산은 108억원이다. 공직자윤리법상 국내주식과 달리 해외주식은 매각 혹은 백지신탁 대상이 아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