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TK 방문한 한동훈… 박정희 생가 찾아 ‘보수 텃밭’ 기반 다지기

입력 2024-09-04 01:12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경북 구미에 있는 반도체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원익큐엔씨를 방문해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한 대표는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비공개로 방문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한 대표가 취임 후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은 건 처음이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을 강조하는 한 대표지만 우선 ‘보수 텃밭’에서의 지지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을 방문해 참배하고, 방명록에 “박정희 대통령님의 산업화 결단과 실천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대표는 관계자들과 함께 생가를 둘러보며 “(생가가) 잘 관리돼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일정은 약 10분간 짧게 진행됐으나 현장에는 수많은 지지자와 유튜버들이 몰려 혼란을 빚기도 했다.

앞서 한 대표는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한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를 방문하고, 구미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과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구미는 보수의 심장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국민의힘에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특히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결과를 언급하며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 문제에서는 정치, 이념 갈등을 빼고 다 같이 힘쓰자고 제안했는데, 이 대표도 단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건 당연하다, 잘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후 구미 새마을테마공원에서 이철우 경북지사와 만나 TK 행정 통합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당 안팎에선 한 대표가 상대적으로 허약한 당내 기반을 두텁게 하고 보수 민심을 챙기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TK 지역은 국민의힘 전체 당원의 40%가 몰려 있어 ‘보수의 심장’으로 여겨진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대표 취임 후 당내 여러 견제도, 용산과의 신경전도 있었다”며 “그간 ‘중·수·청’ 일정을 많이 소화했으니 이제 집토끼를 챙기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대표가 최근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8월 5주차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4.2% 포인트 하락한 32.8%로 집계됐다. 권역별로는 TK 지역이 12.5% 포인트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낙폭이 컸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구미=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