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청량리역 주변 한 은행 앞에 40여명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이날은 온누리상품권 특별 할인 판매가 시작된 날이다. 지류(종이)형 상품권은 할인율이 기존 5%에서 10%로 인상됐고, 1인당 한도도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은행 앞에는 50, 60대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한 손에 현금다발을 들고, 다른 손에는 대기표를 들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박진규(65)씨는 “번호표 1번을 받은 사람은 오전 6시부터 와 있었다. 200만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바꾸면 20만원을 버는 셈”이라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석 상차림에 보태려고 오전 7시에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대기표 배포는 마감됐다. 뒤늦게 도착해 번호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만원권 지폐 20장을 손에 쥐고 뛰어온 이은숙(72·여)씨는 “주변 다른 은행에서도 대기표가 마감돼 돌아보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아쉽다”고 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문을 연 지 1시간 만에 대기표가 마감됐다. 10여년간 근무했는데 온누리상품권을 사기 위해 이렇게 줄을 선 모습은 처음 본다”며 “요즘 경기가 어려워 더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중소기업벤처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2일부터 온누리상품권 특별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는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한때 마비됐다가 2시간 만에 복구되기도 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류·모바일·카드형 세 가지 종류다. 하지만 어르신 대부분은 지류 상품권을 선호한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던 어르신은 “모바일 상품권 쓰는 방법을 손녀한테 배웠지만, 아직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며 “매달 종이 상품권으로 바꿔놓고 시장에 올 때마다 사용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과 달리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이 마냥 달갑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장 상인은 “카드형과 모바일형 상품권은 수수료가 1~2% 붙는다”며 “그나마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지류형으로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등록되지 못한 상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권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전통시장·상점가·골목형 상점가·상권활성화구역’에 있는 점포만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 범위에 30개 이상의 점포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재래시장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마당에 손님이 상품권을 내밀면 거절하기 어렵다”며 “매달 30만~40만원 정도는 상품권 결제여서 수수료를 내고 현금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 팀장은 “무조건 상품권 발행량을 늘리기보다는 정책적으로 가맹점 기준을 조정해 가맹점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상인과 소비자 모두 경제 효과를 누릴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