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하는 택시 드라이버… 복음 씨앗 뿌리며 달린다

입력 2024-09-04 03:03
‘전도하는 택시운전사’ 김제복 장로가 2일 서울 중랑구의 택시 회사에서 운행을 앞둔 차량 앞에 선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8월은 잘 보내셨나요? 9월도 행복하세요.”

5년차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김제복(68·상현교회) 장로가 요즘 승객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김 장로가 운행하는 택시에 오르면 다른 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 라디오에서 항상 찬송가가 흘러나온다는 것, 또 하나는 김 장로가 따뜻한 안부 인사와 함께 복음을 전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김 장로는 전도하는 택시 운전사다.

하루 평균 20여명의 손님을 만난다는 그는 “손님과 잡담을 나누다 손님이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편안해하실 때면 꼭 ‘예수님을 믿으시냐’고 묻고 짧게나마 복음을 전하고 있다”면서 “택시 특성상 운행 시간이 대체로 짧은 데다 전도의 열매를 알기도 어렵지만, 이렇게 계속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일 오후 서울 중랑구 한 택시 회사에서 김 장로를 만나 동행 취재했다.

김 장로가 택시 전도를 시작한 건 5년 전 택시 운전대를 잡은 지 불과 일주일 만이었다. 그는 “택시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던 당시 내 목표는 ‘내가 모신 손님이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목적지까지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렇게 하면 승객도 택시에 내려서 만나는 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고, 결과적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던 중에 ‘너는 언제 전도를 제대로 해봤느냐’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면서 “그 이후로 최우선 가치였던 친절을 차순위로 미루고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전도를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김 장로의 전도는 오로지 ‘씨를 뿌리는 사역’이라 결실을 알기 어렵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손님도 있다. 김 장로는 “한번은 아기를 품에 안고 탑승한 아이 엄마가 있었는데, 나와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 후 택시에서 내리면서 ‘지금 바로 집 가까이에서 다닐 수 있는 교회를 알아보겠다’며 고마워했다”면서 “그 순간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현실에서 택시 전도 사역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복음을 전하자마자 버럭 화를 내면서 “한번만 더 제게 예수 이야기를 꺼내면 얻어맞으실 수 있습니다”라며 협박하는 손님은 물론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김 장로는 “현재 택시 앱의 점수는 5점 만점 중 4.5~4.6점 정도 나온다”면서 “처음엔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는 ‘전도를 안 하면 더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시험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점수보다 중요한 것이 영혼을 살리는 일이기에 복음 전파를 멈출 수 없었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음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울하거나 화가 난 손님이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웃는 얼굴로 내릴 수 있는 ‘힐링이 되는 택시’를 꿈꾸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