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동성애자인 김경락(가명·44)씨는 어린 시절 또래 남자 아이들보단 여자 아이들과 더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 여자 아이들을 따라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얼굴에 화장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와 말투, 행동 양식이 점점 여성화되는 등 일반인들과 다른 삶을 살았다. 김씨는 어느 순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명확히 인지했다.
또 다른 탈동성애자인 이명수(가명·35)씨는 중학생 시절부터 이성보단 동성을 더 좋아했다. 이 씨는 그것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주변에 숨기지 않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거릴 때마다 이씨는 되레 반항심으로 더욱 동성애의 길에 빠져들었다.
이들이 경험한 동성애 세계는 삶을 녹록지 않게 만들었다. 틈날 때마다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쾌락을 탐닉했고, 일반인들의 삶과는 크게 동떨어진 불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악순환은 반복됐으며 이들은 좀처럼 해당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은 점점 멍들어갔다.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던 차에 ‘기적’이 발생했다. 탈동성애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이들은 육체적 욕구에 이끌렸던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 일반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화목한 가정을 꾸렸으며 자신들과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이들을 도와주는 일에도 열심이다. 지금이 ‘더 없이 행복한 삶’이라고 이들은 고백하고 있다.
과거의 삶은 악몽이었다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돌이켜보면 저의 과거는 악몽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성적으로는 동성애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새 몸은 안 좋은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동성애가 곧 ‘중독’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까지만 하고 말아야지 했던 자신과의 약속은 금세 허물어졌고 극강의 중독에 이끌리듯 동성애를 탐닉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정상적인 관계는 하나 둘 끊어졌다. 김씨는 “일반인들과는 다른 범주에서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고립의 길로 나아갔다”며 “마치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처럼 협소한 곳에서 본능에 따른 삶만을 추구하는 원시적인 삶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씨 역시 김씨와 비슷한 삶의 경로를 밟았다. 그는 “저는 김씨보다 좀 더 당당하게 동성애 성향을 드러냈다”며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도 몰랐고 원래 반항기가 많았던 저에게 동성애는 반항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주는 수단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동성애를 추구하는 그 순간만큼은 좋았지만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니 건강한 사람들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건져낸 건 신앙과 관심, 나눔
이들은 악몽적인 삶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신앙과 관심, 나눔이 큰 몫을 했다. 표면적으론 모태신앙이었지만 오랜기간 신앙과 담을 쌓았던 김씨는 어느날 우연히 가게 된 교회에서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접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 집사님을 통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교회의 문턱을 밟게 됐다”며 “교회에는 평범한 사람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이 있었다. 이러한 따뜻한 관심에 감동했고 오랜기간 나 자신이 갖고 있던 무거운 짐을 솔직히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교회 성도들과의 나눔은 기적이 일어나는 결정적 계기였다. 성도들은 김씨의 고충을 진지하게 경청했고 해법을 제시하며 적극 도왔다. 김씨는 “마음이 후련해졌고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았던 동성애의 죄악성을 명확히 알게 됐다. 창조질서 등 신앙적 바탕에 근거해 동성애가 왜 잘못됐는지를 인지하게 되니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날 화장실로 가서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것은 진심어린 참회의 기도였으며 나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도 따뜻한 관심에 힘입어 삶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그는 “가정과 사회에서 받아보지 못한 관심과 치유란 것을 정신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기독교 계열 병원에서 받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곳에서 우울증 치유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 일반적인 정신치유를 받은 것은 물론 기독교적인 특성이 가미된 나눔도 했다”며 “이는 탈동성애를 하는 데 있어 실제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교계의 치유사역 활성화돼야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근거해 한국교계가 동성애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러한 역할이 좀 더 체계화, 전문화되고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여전히 교계 일각에서 동성애자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성애자들도 하나님이 창조한 하나의 인격체이며 기독교적으로 치유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교계가 편견에서 벗어나 탈동성애를 돕는 사역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후천적인 것이라는 점은 치유를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유를 함에 있어 교계만한 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같은 경우만 해도 더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 최후의 방안으로 찾은 곳이 교회와 기독교 계열 병원이었다”며 “동성애자들 대부분은 마음 깊은 곳에서 탈동성애를 갈망하나 이를 도와주는 곳이 없어 힘들어한다. 이러한 틈을 교계가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진정한 ‘영혼 구원’ 사역”이라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