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알았죠
사랑하는 분과 동행하면 행복하기 그지없고
싫은 이와 함께하면 얼마나 힘든가를요
그분과 함께 잠들고 그분과 함께 일어나고
그분이 없으면 살 수 없었던 동행이란
운명적 선택이었죠
미안합니다
빛바랜 영정사진도
추모할 국화꽃 한 송이도 없어서요
슬퍼하지 말아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동행의 장소를 옮겼을 뿐입니다
아시나요
하늘나라에 올 때 동행의 꽃씨를 가져온 걸요
축복합니다
동행의 비밀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에녹은 30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죽지 않고 하늘로 들려 올라갔다고 기록된 인물이다. 기독교 문헌상 최초의 승천자다. 그는 야렛의 아들이며 무드셀라의 아버지다. 그에 관한 기록은 신약성경 히브리서 11장 5절, 구약 외경 에녹서에 나온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 승천의 예표로 해석되기도 한다. 시인은 에녹의 입을 빌려 이를 그분과의 동행이 ‘운명적 선택’이라 규정하고 하늘나라에 올 때 빛바랜 영정사진도 추모의 국화꽃도 없었지만 ‘동행의 꽃씨’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그의 축복은 동행의 비밀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로 향한다. 곧 기독교의 신실한 믿음에 대해 보편적으로 개방된 축복을 일컫는다.
-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