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심 곳곳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폭우와 노후 상·하수도관 문제가 겹치면서 싱크홀 사고가 더 잦아지고 피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85개로 집계됐다. 매년 200건 이상의 싱크홀이 발생한 셈이다. 이 기간 싱크홀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71명이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싱크홀 사고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먼저 이상기후로 인해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자주 쏟아지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폭우가 내리면 하수관로의 손상된 부분에 물이 흘러 들어가는데, 그때 흙이 함께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땅속에 빈 구멍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확대되면서 싱크홀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에 깔린 노후화된 상·하수관도 싱크홀을 유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상수도관 24만839㎞ 중 30년 이상 구간은 3만7586㎞로 15.6%에 달하며, 전국 하수도관 16만8786㎞ 중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하수관로는 7만2568㎞로 43%를 차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수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한 인력·장비는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도로 점검에 사용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 성능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 3개월 전 서울시는 사고 지점에 대해 GPR 탐사를 실시했지만 공동(빈 구멍)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 교수는 “공동이 2m 이하 깊은 곳에 있는 경우 GPR로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직후 해당 지점으로부터 전후방 500m 8개 차선에 대한 GPR 탐사를 했지만,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탐사 이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고 현장에서 30m 거리에서 또다시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하수관 파열로 원인이 규명됐다. 최명기 대한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GPR의 성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데이터를 해석하는 판독 부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싱크홀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토부는 2015년부터 가스관·상하수도관·통신선 등 15가지 정보를 3차원 입체지도로 구현하는 ‘지하 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을 추진했지만, 상수도관이 건물을 관통하는 것으로 나오는 등 지도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 교수는 “현재 축적된 자료에 대한 확인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