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응급실 곳곳에서 의료진 부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자 정부가 일일 브리핑을 통해 응급의료 상황을 안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응급실 상황이 우려할 정도가 아니며, 증원을 통해 의사 인력 수급 균형을 맞춰야 응급실 진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 증원을 중단하는 것이 사태 진정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의사단체는 “(의사) 회원 스스로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먼저 지키라”면서 사실상 추석 명절 기간 비상근무를 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을 열고 “전반적인 응급의료 역량을 볼 때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15명의 군의관을 오는 4일자로 배치하고, 9일부터 8차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응급의료센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은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등이다. 건국대충주병원은 7명이 전원 사직 예정이었지만, 지자체와 병원의 설득으로 2명이 복귀한 상태다.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날부터 성인·야간진료가 제한되지만, 추석 연휴 기간에는 정상 운영할 계획이다. 아주대병원은 주 1회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려졌지만, 경기도에서 인건비 10억원을 투입하는 등 휴진 없이 운영되고 있다.
복지부는 전체 응급실 409곳 가운데 99%인 406곳이 24시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응급의료기관 병상은 의사 집단행동 직전인 지난 2월 첫째주 6069개의 97.5%에 해당한다. 또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원은 지난해 12월 대비 105% 수준이라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다만 전공의 공백으로 평시 대비 인력 수준은 73.4%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달리 의료계는 의료진 부족 문제가 누적돼 추석 이후 응급실 운영이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백지화를 거듭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비상진료 체계가 잘 돌아가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한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처분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에게 보내는 공문에서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응급의료 현장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발언을 비꼬기도 했다. 의협은 “이번 추석 연휴만큼은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회원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우선하길 바란다”며 “국민은 정부 기관 또는 대통령실로 연락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임현택 의협 회장 개인의 생각이 아닌가 한다”며 “대부분 의사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믿는다”며 환자 곁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또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차관은 “현재 응급의료의 문제는 의료 인력 부족 등 오랜 기간 의료개혁이 지체되면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며 “의료개혁 완수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