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벌면서 이 고생?”… MZ 경찰관·소방관 퇴사 급증

입력 2024-09-03 00:03

2022년 순경으로 임관한 최모(26)씨는 지난달 1일부로 경찰 제복을 벗었다. 최씨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하는데, 적은 급여 등으로 딱히 메리트를 못 느꼈다”며 “퇴사를 고민하는 주변 동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격무에 비해 처우가 낮다며 퇴사를 결심하는 저연차 경찰관·소방관이 늘고 있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55명이었던 10년 차 이하 경찰관 의원면직자 수는 지난해 301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소방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2022년 98명이었던 10년 차 이하 소방관 의원면직자 수는 지난해 125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10년 차 이하 의원면직자 수는 경찰 162명과 소방 6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원면직자 중 10년 차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2022년 63.0%였던 10년 차 이하 경찰관 의원면직 비율은 지난해 72.7%로 뛴 데 이어 올해 상반기 77.1%를 기록했다. 2022년 62.8%였던 10년 차 이하 소방관 의원면직 비율은 지난해 72.2%, 올해 상반기 75.0%를 나타냈다.

경찰·소방공무원 기피 현상은 저조한 공채 경쟁률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순경 공채 경쟁률은 남성 9.9대 1, 여성 24.6대 1을 기록했다. 남성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20년 만이었다. 소방공무원 경쟁률도 11.5대 1로 지난해(13.8대 1)보다 낮아졌다.

경찰관·소방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낮아진 데는 전반적인 공무원 기피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21.8대 1로 1992년 이후 32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화된 직업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젊은 경찰들이 적은 봉급에 비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젊은 후배들의 퇴사가 급격히 늘면서 고위 간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저연차 퇴사 ‘러시’가 치안 및 안전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과 달리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에서 제복 공무원에 대한 처우는 웬만한 직종보다 좋다”며 “시민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따른다면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