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 온상인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한국 경찰이 텔레그램 법인 수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안 메신저에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딥페이크 성범죄 검거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이유를 묻는 질의에 “가장 큰 문제는 보안 메신저”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청장이 수사 대상으로 언급한 보안 메신저는 텔레그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의 주요 유통 경로인 텔레그램에 성범죄 방조 혐의를 적용해 내사를 진행 중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 수사 당국이나 각종 국제기구 등과 공조해 이번 기회에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지난달 24일 파리에서 체포한 프랑스 수사 당국과의 공조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하고 사법 당국의 수사 협조를 거부한 혐의 등으로 두로프를 예비 기소했다. 정식 기소 전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가 급증했다. 국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26~29일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88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피의자 24명이 특정됐다. 우 본부장은 “올해 1~7월 총 297건, 주당 평균 9.5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지난주에만 거의 10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를 위해 위장 수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 본부장은 “신분 비노출 위장 수사는 사전 승인이 필수조건이지만 긴박한 경우 사후 승인도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청소년보호법상 범죄 대상이 청소년일 경우에만 위장 수사가 가능하지만 성인일 경우에도 가능하도록 확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