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들. 사모님들에게 말 예쁘게 하는 꿀팁 하나 전해줄까요? 사모님이 ‘자식이고 목회고 새벽기도고 다 너무 힘들어’라고 할 때 제발 ‘기도가 부족하고만!’ 하고 역정 내지 마세요. ‘아이들, 성도들 신경 쓰지 말고 친한 언니들하고 가까운 데라도 여행 다녀와’ 하세요. 성경에 나와 있잖아요.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다고요. 생기가 곧 영혼입니다. 영혼을 담아 말을 하세요.”(김창옥 대표)
소통 전문가 김창옥 대표(김창옥아카데미)가 특유의 입담으로 현실을 풍자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자 곳곳에서 박수와 폭소가 터져 나왔다.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에서 2일 열린 ‘목회자 리조이스’ 현장 모습이다. 이날 행사장엔 교단과 교파,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국내외 목회자 500여명이 모였다.
김은호 오륜교회 설립목사는 “오래전부터 ‘사모 리조이스’를 진행해 오면서 목사님들 또한 탈진을 경험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목회자에게 영적 회복이 있어야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복음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에 기쁨으로 쉬고 연합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목회자의 우울지수는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해소해 나가야 할 숙제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 10명 중 7명(2022년 12월 기준)이 번아웃·우울·불안·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었다.
행사의 공식 명칭 앞엔 ‘제1회’라는 수식이 붙었지만 현장에선 ‘첫 회’가 아닌 수년간 이어져온 노하우가 느껴졌다. 교회가 2007년부터 18년째 목회자 사모들의 쉼과 회복을 위해 진행 중인 ‘사모 리조이스’의 경험치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오륜교회 성도들은 지난 4월 진행된 사모 리조이스를 마친 뒤 일주일 만에 목회자 리조이스 준비위원회를 꾸려 매주 회의를 거치며 ‘목회자들에게 진정한 회복과 기쁨을 줄 요소’를 세심하게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준비위원장 박동원 장로는 “목회자 본인이 주인공으로서 2박3일을 보내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재충전할 수 있도록 순서 하나하나를 고민했다”면서 “특히 둘째 날에는 명랑운동회 형식의 프로그램과 야외 바비큐 파티를 준비해 뒀다”고 설명했다. 봉사자 손고희 집사는 “봉사와 섬김으로 헌신해 준 150여명의 동역자들이 있었기에 준비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아이 엠 프로(I am PRO)’라는 타이틀로 막을 연 1일차에는 ‘공감 데이’를 콘셉트로 김창옥쇼와 함께 뮤지컬 배우 정원영, 금관 5중주 브라스 시티(Brass City, 금관 5중주)의 특별 공연이 진행됐다. 2일차에 진행되는 ‘힐링 데이’는 운동회와 야외 식사, 문화공연, 3일차는 찬양으로 마무리하는 ‘감사 데이’가 준비됐다.
경남 의령에서 24년째 사역 중인 김길훈(58) 의령침례교회 목사는 “행사 현장으로 입장하는 순간부터 환대해주시는 모습에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으면서도 행복했다”면서 “목회 현장의 울타리에 있는 이들끼리 함께 웃고 먹고 대화 나누는 자체가 힐링”이라며 웃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