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36·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이 패럴림픽 무대에서 12년 만에 다시 메달을 차지했다. 긴 부진의 터널에서 은퇴를 고민하던 그의 마음을 되돌린 건 ‘이모’(강효순 경기보조)였다.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여자 개인(BC2 등급)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정소영은 “옆에 있는 이모와 패럴림픽 개인 최고성적을 낸 기쁨을 함께 나누겠다”며 밝게 웃었다.
정소영은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패럴림픽에서 다시 메달을 차지했다. 정소영은 “은메달을 땄지만 많이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며 “2012년 개인전 동메달을 딸 때는 남녀 선수가 같이 겨루는 종목이어서 값졌다면 이번엔 남녀 종목 구분이 완전히 돼서 또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인 통산 네 번째 패럴림픽에 출전 중인 정소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시련의 시기가 찾아왔다.
도쿄 대회 땐 은퇴까지 생각했다.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아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고 단체전에만 집중했는데도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정소영은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면서 이모랑 한 시간도 넘게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강 경기보조가 “한 번만 더 해봐라. 이렇게 은퇴하기는 너무 아깝다”며 설득했다. 도쿄에서 첫 패럴림픽을 함께 치른 그는 정소영의 경기는 물론 평소 생활까지 보조하며 24시간을 붙어있다시피 했다.
이날 정소영은 크리스티나 곤칼베스(포르투갈)에게 1대 4로 졌다. 긴장과 부상 후유증으로 왼쪽 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정적 순간에 공을 집는데도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단점들이 나타나면서 금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강 경기보조는 “아직 단체전이 남아있다”며 정소영을 격려했다.
파리=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