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분열 시대에 사는 그리스도인의 자세

입력 2024-09-04 03:06

최근 우리나라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분열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대선과 지난 4월 총선을 거치면서 분열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광복절 행사가 두 곳에서 열렸다는 소식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일,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갈등한다 할지라도 광복절에는 함께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정치지도자들은 역사와 정치, 통일 등의 난제를 함께 다뤄야 합니다. 1910년 8월 29일 순종의 조칙 형태로 발표된 한일병합조약 이후 36년간의 땀과 눈물, 피의 한스러운 응어리는 그 이전에도 분열의 씨앗을 뿌린 쓰디쓴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근대사는 분열의 지뢰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열된 나라는 마침내 멸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증언입니다. 예수님이 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축출했다고 주장하는 종교지도자들에게 어떻게 반박하셨을까요.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지며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지느니라.”(눅 11:17) 과거사 난제 풀이에 실패하면 분열과 재앙들이 신출귀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분열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원인은 긴 세월에 걸쳐 반복된 사분오열과 절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흥선대원군과 고종, 순종이 쇄국정책을 비롯해 왕가의 내분, 신하들의 분쟁에 사로잡혀 있을 때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 일제는 무력으로 강화도조약 혹은 한일수호조약(1876년)을 강압적으로 체결했습니다.

이어지는 분열 속에 우리나라는 1910년 8월 22일에 일제에 의한 국치의 한일합병 조약이 맺어졌습니다. 조선왕조는 완전히 붕괴되고 주권과 백성과 국토가 일제에 의하여 36년간 처참하게 유린당했습니다.

분열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일제가 우리 백성에게 저지른 범죄에 연루된 친일행위자들을 벌하는 과정에서 분열이 가열됐고 마침내 김일성에 의한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입니다. 지금도 상해임시정부 수립(1919년 4월 11일)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8월 15일) 사이의 정통성 시비, 한국전쟁 발발 원인, 북한에 대한 역대 정부 정책의 호불호 등으로 국회의원들은 물론 백성도 분열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이처럼 분열 시대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성 어거스틴은 하나님이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항상 강조했습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와 존 칼빈,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도 부패한 교회를 개혁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우선했습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우리는 먼저 가난과 질병과 무지, 침략과 약탈로부터 한반도를 구원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경배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가 분열을 피하고 불 뱀의 재앙에서 벗어나려면 가난한 심령과 선행, 사랑(마 5:1~20, 22:40)으로 하나님을 항상 경외해야 하며 성령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십자가의 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임승안 목사(웨이크신학원 석좌교수)

◇임승안 목사는 나사렛대 총장을 역임했습니다. 그가 몸담은 웨이크신학원은 성경 말씀과 바른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섬김을 위한 신학’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인준 신학원으로 설립자인 박조준 목사의 목회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