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공통공약 본격 논의… AI·반도체·저출생 입법 신속 추진

입력 2024-09-02 00:24 수정 2024-09-02 00:24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만나 여야 대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135분간 이어진 회담 끝에 8개항으로 구성된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여야 대표가 11년 만에 공식 회담을 갖고도 공동합의문이 아닌 발표문을 내놓은 건 그만큼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작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당 대표가 공동발표문에서 우선 합의한 건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여야가 지난 4월 22대 총선 과정에서 발표한 공약 가운데 서로 겹치거나 비슷한 내용만 80여개에 이른다. 반도체 특별법 등 양당이 22대 국회에서 당론 처리하기로 한 법안 중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많다. 그러나 국회 개원 후 여야의 대치와 충돌 속에 비쟁점 법안 처리가 줄줄이 지연되면서 “정치권이 할 일을 안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여야가 뒤늦게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대표는 또 반도체산업, 인공지능(AI) 산업, 국가기반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 입법 과제를 신속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의료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의료사태는 회담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한다’ 수준으로 발표문에 담았다. 여야 대표는 다만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에 대해서는 “더 논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인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막으면서도 한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논의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여야 대표는 이밖에 가계와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키로 하고 최근 사회 문제로 부상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방안도 신속 추진키로 했다.

다만 당초 양당 간 합의 가능성이 거론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개편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 대표의 금투세 폐지 제안에 이 대표는 “금투세만으로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역부족”이라며 상법 개정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을 패키지로 제안했다고 한다. 한 대표도 이에 공감했지만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기업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합의가 보류됐다.

여야가 정치개혁 과제로 추진한 지구당 부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 반발 우려 등으로 합의가 아닌 ‘적극 협의’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표는 ‘에너지 관련 갈등 해결을 위한 공동 선언(한 대표)’과 ‘재생에너지 기반 확충(이 대표)’ 등 에너지 정책 관련한 합의도 시도했지만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발표문에 담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한 대표는 원전 산업 복원을, 이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각각 주장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종선 송경모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