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댐 녹조 원인은 오·폐수 탓… 정수 거쳐 식수 문제 없어”

입력 2024-09-02 01:41
지난 26일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경북 안동시 선성수상길에 설치된 조류독소 에어로졸 포집기를 다루고 있다. 포집기는 포기기 주변으로 녹조에서 나온 독소가 퍼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수공 측에서 설치한 공기 성분 분석 기계다. 안동·구미=권현구 기자

지난 27일 오후 1시쯤 경북 안동시 안동댐 주변의 선성수상길. 나무 데크로 이뤄진 길 밑으로 흐르는 낙동강은 짙은 초록빛이었다. 녹조 현상 때문이었다. 강물에 떠다니는 초록색 알갱이도 보였는데 이는 녹조를 유발하는 남조류 세포들이다.

선상수상길 양옆에선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설치한 수면포기기(수차) 29대가 쉴 새 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물의 흐름을 바꾸고, 산소를 발생시켜 녹조를 줄이기 위한 용도로 설치된 것이다. 프로펠러 모양의 장치가 쉴 새 없이 물장구를 일으키고 있었다.

올여름 녹조 현상은 유독 심하게 나타났다. 보통 매년 8월에는 수공이 관리하는 34개 댐 가운데 2~3곳에서 녹조 경계가 발령됐다. 하지만 올해는 8월 3주 차 기준 댐 5곳에서 녹조 경계가 내려졌다. 녹조 발생은 3단계로 나뉜다. 유해 남조류 세포가 ㎖당 1000마리 이상이면 ‘관심’, 1만 마리 이상이면 ‘경계’, 100만 마리 이상이면 ‘대발생’ 단계로 지정된다. 올해는 장마 이후 역대급 폭염이 한 달 넘게 이어진 데다 장마가 끝나고 내린 비의 양도 극히 적어 녹조 피해가 더 커졌다.

안동과 대구 지역 환경단체들은 “막힌 강의 저주”라며 녹조 심화 요인으로 댐 자체를 지목한다. 댐이 물을 가두면서 녹조를 생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댐 주변에 설치된 수면포기기를 통해 녹조에 함유된 독소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댐의 물을 정수해 만든 식수도 건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공은 수면포기기가 물속 녹조에 녹아있던 독소를 공기 중으로 퍼트린다는 우려가 나오자 댐 주변 공기 성분 분석을 위해 포집기를 현장에 설치했다. 1m40㎝ 높이의 ‘조류독소 에어로졸 포집기’ 두 대 옆에는 정밀 분석을 위해 풍속, 풍향을 분석하는 풍속계도 있었다. 수공이 이날 약 6시간가량 포집된 공기 성분을 자체 분석한 결과 독소 물질 8종은 검출되지 않았다.

전문가와 함께 안동댐 상류의 수질 분석을 해보기 위해 배를 타고 낙동강 중앙부로 향했다. 환경부에서 녹취 채취 장소로 지정한 조류경보제 참고지점으로 수심이 12.5m에 달한다. 이곳에서 12m(하층), 6m(중증), 0.5m(표층) 지점에서 각각 강물을 채취한 뒤 혼합수를 만들었다. 환경부의 녹조 채취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 혼합수를 낙동강물환경센터로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센터 분석 결과 낙동강 혼합수의 ㎖당 유해 남조류 세포는 1만7127마리가 발견됐다. 앞서 안동환경운동연합 등이 안동댐 주변에서 남조류 세포가 대발생 단계 수준만큼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수치의 1.7%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렇듯 수치가 서로 다른 것은 채취 장소와 방법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임의로 정한 지점에서 채취한 표층수를 대상으로 녹조 검사를 한다. 이와 달리 수공은 환경부가 제시하는 ‘LC-MS/MS’ 측정법에 따라 녹조 현황을 파악한다. 강의 하층과 중층, 표층 등 수심이 다른 세 곳에서 채취한 뒤 혼합한 결과물을 통해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공인한 방법이다. 현장에 동행한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부가 제시한 측정법을 따라야 남조류 세포 숫자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 당국은 전국 하천 주변 농장 등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게 녹조를 심화하는 원인이라고 본다. 특히 부영양화 현상이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화학 비료나 가축분뇨 같은 오수의 유입으로 영양물질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수온이 높아질 때 녹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실제로 녹조 현상은 근처에 오염 요소가 많은 댐을 중심으로 심화하고 있다. 8월 셋째 주 기준으로 녹조 경계가 발령된 영주댐과 안동댐, 보현산댐, 대청댐, 보령댐 등은 부영양화 지수가 33~53이다. 반면 녹조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는 합천댐은 지수가 22에 그쳤다. 2022년 기준 영주댐 근처는 합천댐 근방 지역보다 면적당 사육하는 한우 숫자가 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조 탓에 안동댐의 물을 정수해서 만든 식수의 질을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동댐 상류에서 경계 수준의 녹조가 발생해도 식수의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정수 과정을 거쳐 인체에 해로운 요소들이 모두 제거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6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구미정수장에서 직원이 채취한 원수의 수질 상태를 검사하는 모습이다. 안동·구미=권현구 기자

이날 찾아간 경북 구미시 구미정수장에선 정수 시설이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동댐 하류에서 물을 끌어와 정수 작업을 거쳐 식수로 만드는 곳이다. 이 식수가 구미시와 김천시, 칠곡군 등에 공급된다.

정수장 직원들이 3개의 저장고로 운반해 온 낙동강 물에 응집제를 투여하자 부유물이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후 물은 2개 층으로 구성된 모래 필터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불순물이 걸러졌다. 마지막으로 소독 차원에서 염소 성분이 물에 투여됐고, 정수가 완료됐다. 해당 정수에 대한 수질 검사 결과 몸에 유해한 독소 물질 6종은 검출되지 않았다. 흙냄새와 곰팡내 등을 유발하는 성분인 지오스민과 2-MIB도 검출되지 않았다.

정수 처리 과정을 함께 지켜본 이원태 금오공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돗물을 만드는 원수에 조류독소가 포함돼 있더라도 고도 정수처리 과정에서 제거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로 녹조 현상은 해마다 심해질 텐데, 여름 한 철에만 녹조 관련 논의를 정부와 환경단체가 논쟁적으로 할 게 아니라 지속해서 건설적인 토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구미=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