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치보복 수사 과한 것 같다” 韓 “전 정권서 저한테 그랬다”

입력 2024-09-02 00:25 수정 2024-09-02 00:25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양당 대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회담에서 한목소리로 ‘민생 우선’을 강조했지만, 모두발언부터 서로 뼈 있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기싸움을 벌였다.

한·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 앞서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 서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애초 10분씩 모두발언을 하기로 합의됐지만 한 대표는 약 13분, 이 대표는 약 19분 동안 발언을 이어갔다. 비공개 회담은 양당 대표와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이 배석한 ‘3+3 회담’ 형식으로 약 1시간 43분간 진행됐다. 두 대표는 발표문이 작성되는 40분가량 독대 시간도 가졌다.

한 대표는 먼저 “최근 이 대표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법 앞의 평등을 말씀하시던데, 제가 보기에는 형식적으로 평등할지 몰라도 검찰 앞에선 매우 불평등하다. 사람따라 법의 적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응수했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을 겨눈 강제수사를 벌이는 것을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볼 수 있는 과도한 조치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비공개 회담에서도 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회담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전 정부에서 저를 상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나”고 답했다고 한다. 자신이 지난 정부 시절 ‘채널A 취재원 강요미수’ 사건으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았던 점을 거론하며 받아친 것이다.

한 대표은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내세워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을 두고도 “현금살포”라고 지적했다. 그는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돼 있다.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던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되자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며 “현금 지원이 아니라 특정 기간 안에, 몇 개월 내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지역화폐, 즉 소비쿠폰”이라고 반박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