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의제·생중계 둘러싼 진통… 국힘이 민주 요구 대부분 수용

입력 2024-09-02 00:27 수정 2024-09-02 00:35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일 회담은 여야가 개최에 합의한 지 2주 만에 어렵사리 성사됐다. 양당 모두 11년 만에 이뤄지는 당대표 회담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만남이 한 차례 연기됐고, 회담 의제와 형식을 놓고도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회담은 연임을 확정한 이 대표가 먼저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 당선 수락연설에서 “한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한다.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튿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와) 회담을 통해 여러 민생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결과를 많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하며 회담이 급물살을 탔다. 양측은 곧장 지난 25일로 회담 일정을 확정한 뒤 대표 비서실장 간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실무협의에서 국민의힘이 ‘회담 전체 생중계’ 카드를 꺼내며 신경전이 전개됐다. 민주당이 “여당 대표로서 자기 의제가 없어 ‘정치쇼’로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자 한 대표는 “국민 여러분이 여야 대표가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응수했다.

애초 예정된 8월 25일 회담을 사흘 앞두고 이 대표가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변수까지 생겼다. 양당은 회담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로 했지만 9월 정기국회 전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완전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여야는 의제 문제를 두고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먼저 제안했던 한 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이후 검토’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냉기류가 흘렀다.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양측 입장 차가) 잘 안 좁혀진다. ‘(회담을) 꼭 해야 하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공전을 거듭하던 협상은 여당이 ‘생중계 제안’을 철회하고, 야당의 ‘정책위의장 배석’ 제안까지 받아들이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측은 지난 29일 나란히 ‘1일 회담 개최’ 소식을 알렸다. 정기국회 개회식 하루 전 당대표들의 논의 테이블이 차려지게 된 것이다.

전날 마지막으로 열린 실무회담에서 민주당은 한 대표가 먼저 모두발언을 할 수 있도록 순서를 양보했다. 국민의힘은 모두발언 시간을 애초 합의한 7분에서 10분으로 연장하자는 민주당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