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사랑하고 교회 중심으로 놀던 아이는 40여년 뒤 모교회 3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미국인 선교사가 세운 고아원을 모체로 세워진 교회 역사를 되새기며 성도와 교역자,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는 교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힘쓰고 있다. 방지원(42) 순복음새소망교회 목사의 이야기다. 지난해 7월 청빙받아 열정적인 목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방 목사를 지난 28일 부천의 교회에서 만났다.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공동체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부터 순복음새소망교회에 출석했다. 방 목사는 “내가 목회자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나는 늘 교회에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성장하며 자연스레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교회 전도사, 예수전도단(YWAM)의 캠퍼스워십팀 싱어 등 다양한 사역도 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방 목사가 부임 후 가장 힘쓰고 있는 부분은 교회를 성도들과 교역자,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울고 웃는 교회’로 꾸리는 것이다. 방 목사는 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교인들과 소통해 이들이 교회 내 편하게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4대보험이나 월차 제공, 자율적인 일정 조정 등 부교역자들의 복지에 신경 쓰고 지역사회를 위한 사랑나눔냉장고 등 사역도 이어오고 있다.
사랑나눔냉장고란 무인으로 매주 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사역이다. 주민센터에서 운영되다 실패했던 제도를 교회가 들여와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아침마다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워넣고 인당 최대 2개씩 물품을 가져갈 수 있게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회가 이런 돈 안 되는 사역에 나선 이유는 교회를 홍보하고자함이 아닌, 지역사회를 품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잭홈 정신’을 이어받은 교회
방 목사는 “우리 교회는 1961년 잭홈 선교사가 설립한 고아원이 모체가 된 교회다. 지금의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잭홈 선교사가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운영해 온 고아원에서 자연스레 아이들의 믿음이 세워졌기 때문”이라며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교회가 다시금 어려운 자들을 위한 사역을 사명으로 품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그러면서 “사랑나눔냉장고는 이름도 드러나지 않고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역”이라며 “그렇지만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서라도 어렵게 사는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교회는 서울과 재개발 대상 구역으로 지정된 낙후 지역 사이에 위치해있다. 때문에 사랑나눔냉장고를 이용하는 이들도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다. 교회 인근에 위치한 폐지 수거 업체에 모아온 폐지를 납품하는 어르신과 모자원에 거주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낙후지역에 거주중인 주민들을 아우른다. 방 목사는 “우연찮게 마주친 분들 중 거동이 불편한 분도 계셨는데 ‘이 음식을 먹으며 몸이 건강해졌다’고 감사 인사를 하셨다”면서 “이를 겪으며 적어도 우리 교회 주변에서는 못 먹어서 어려움 당하는 이들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묵묵히 사역을 감당하는 모습에 감동한 교회 성도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지정헌금은 물론이요, 직접 먹어본 후 맛있는 음식을 선별해 기부하는 물품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방 목사의 소망은 자신이 교회 공간을 편안하게 여기다 자연스레 하나님을 만난 것처럼, 교인들도 교회에 올 때 즐거운 발걸음으로 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 목사는 세대별로 언제든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교회 지하에는 유초등부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고 각종 라면 과자 등 간식과 미니 농구대 등 놀이기구를 배치했다. 교회 2층에는 청년·중장년·노년 세대가 각각 머물 수 있는 카페를 차려 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특별히 교회를 떠나는 비율이 높은 304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스포츠 동호회를 꾸리거나 요일별로 특색있는 예배를 만드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방 목사가 찬양 사역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직접 찬양을 인도하고 설교까지 맡는 금요예배가 그 예다. 평균 60~70명이 참석하는 예배는 젊은 세대도 즐겁게 드릴 수 있도록 찬양을 위주로 마련됐다.
앞으로의 소망과 비전이 궁금했다. 방 목사는 “성도들만 이용하는게 아닌, 지역 주민들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교회’를 꾸려나가고 싶다”며 “배고픈 이들을 먹이기 위한 도시락배달 사역과 지역사회 아이들이 교회 문턱을 넘나들고 여러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교회 내 문화센터 등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보여주시고 따라오라고 하셨던 것처럼, 나 역시 먼저 십자가를 지고 먼저 나서서 최선을 다할 때 부교역자들과 성도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부천=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