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할 당근책이 대거 포함됐다. 수련병원 자율에 맡겼던 전공의 수련체계에서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예산을 90배 확충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방안에는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4개 지역에서 우선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3130억원을 지원하는 등 5년간 2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이 35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90배 증가한 규모다.
앞서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하며 7대 요구 조건을 제기했는데, 이 중 핵심은 수련환경 개선 문제였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이번 실행방안에는 전공의가 요구해왔던 내용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돼 있다”며 “이번 대책이 전공의 복귀로도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에도 전공의 수련을 담당할 ‘지도전문의’가 있었지만, 별도의 지원이 없어 전공의 수련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특위는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지도전문의에게 1인당 연간 80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숙원 과제였던 연속 근무 시간도 단축키로 했다.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은 2022년 기준 77.7시간을 기록할 정도로 장시간 근로에 시달려왔다. 내년부터는 시범사업을 통해 연속 수련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주당 평균 수련 시간을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줄이게 된다.
다만 지도전문의의 지도하에 근로 대신 진료 참여 기회를 확대하라는 ‘권고’가 담겼지만, 강제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도제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수련환경 특성상 정부가 수련환경 관리 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수련병원 체질을 바꾸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은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지속적으로 정부가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에 4개 지역, 8개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한다. 대상은 전문의로, 96명에게 월 400명의 지역근무수당을 추가로 지원하게 된다. 전문의가 자율적으로 지자체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정주여건이나 해외 연수 등의 기회를 보장받게 된다. 이는 의무적으로 지역에 남도록 하는 ‘지역의사제’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특위는 아예 의대나 전공의 수련 단계부터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보고 시범사업 이후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지역에서 의대를 나오고 전공의 수련까지 지역에서 하는 경우 지역정착 비율이 82%인만큼 지역에서 수련까지 마치는 것이 정착의 중요한 요소”며 “지역 수련병원 투자가 예산에 일부 반영된 만큼 지역에 남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