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교과서 공개… 보수 학계 시각 반영

입력 2024-08-30 00:24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이 공부할 새 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오는 30일 공개된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다. 사진은 역사 교과서 개편을 앞둔 2020년 1월 서울 한 서점에서 학생들이 역사 과목 관련 자습서를 고르는 모습. 뉴시스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학생들이 공부할 새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정부의 ‘합격 도장’을 받은 역사 교과서들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정부 검정을 통과한 일부 교과서는 보수 역사학계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역사 교과서가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반복된 ‘역사 논쟁’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심사 결과를 30일 관보에 게재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교과서가 바뀐 것이다. 새 교과서는 다음 달 2일부터 일선 학교 현장 검토를 거친 뒤 2025학년도부터 사용된다.

역사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교과서는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다. 중학교 역사 Ⅰ·Ⅱ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7종이다. 지학사, 미래엔, 주식회사리베르스쿨, 비상교육, 해냄에듀, 천재교과서, 동아출판 등이다. 고교 한국사 Ⅰ·Ⅱ는 9종이다. 동아출판, 비상교육, 지학사, 주식회사리베르스쿨, 해냄에듀, 한국학력평가원, 천재교과서, 주식회사씨마스, 미래엔 등이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가 보수 역사학계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확보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는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주의’ 대신 보수 진영에서 내세웠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쓰였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한국 독립 문제에 대한 결의안을 서술한 부분에는 ‘코리아(한국)에서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는 내용도 있다.

이 교과서는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특집 자료로 실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을 가장 먼저 실으면서 ‘광복 후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신탁통치 반대와 남한 단독 임시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썼다. 다만 다른 부분에선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 처벌보다는 반공을 우선시하면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서술했다.

1948년 8월 15일은 주로 보수 성향 역사학자들이 사용한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 대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에선 1948년 8월 15일이 건국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진보 진영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3일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