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불참- 韓 자리 이탈… 여당 연찬회서 ‘의료개혁’ 불협화음

입력 2024-08-30 00:21
국민의힘 의원들이 22대 첫 정기국회를 앞둔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의정 갈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 양상이 표출되기도 했다. 인천=윤웅 기자

29일 한동훈 당대표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의료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취임 후 2년 연속 연찬회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불참했고, 연찬회에 있던 한 대표는 정부 측의 의료개혁 관련 설명이 시작되기 전 자리를 뜨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의정 갈등 상황을 대하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시각차로 당정 균열 양상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정기국회에 대비한 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참석해 의료개혁 취지와 추진 경과 등을 보고했다. 정부 입장을 의원들에게 재확인시키는 성격이었다. 장 수석은 “과학적 근거 없이 의료계에 굴복해 의대 정원을 다시 변경하거나 뒤집는다면 지켜보는 국민이 굉장히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권역의료전문센터와 전문의 수가 현재 지난해 4분기보다 더 늘었다. 응급실이 붕괴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의료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제안한 한 대표와는 다른 인식을 보인 것이다.

이어진 비공개 질의응답에서 이 부총리는 ‘한 대표가 제안한 중재안이 실현 가능하냐’는 의원의 질문에 “관련 법령에 (대학 정원은) 1년 10개월 전에 공포하게 돼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의료개혁 보고 일정은 전날 추가된 일정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문도 당 원내행정국을 통해 배포했다. 한 대표는 정부 측 보고가 시작되기 전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행사장을 나갔다가 약 3시간 뒤에 돌아왔다. 한 지도부 인사는 “정부의 의료개혁 보고 일정은 갑자기 생긴 것”이라며 “한 대표 입장에서는 몹시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개혁 보고 일정이 끝난 뒤 당의 ‘투톱’인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동시에 따로따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대표는 “저는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새 돌파구가 필요할 만큼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지만, 당국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추 대표는 “의원들이 의료개혁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고 말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의료개혁의 동력은 국민”이라며 “정부의 의료개혁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지만 그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걱정과 불안감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개혁을 둘러싼 당정 갈등설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절대적으로 우선시돼야 할 가치”라며 “이 앞에서 당정 갈등이라는 프레임은 낄 자리가 없고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