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검사 때 前 영부인 자택까지 가” 김여사 특혜 조사 반박

입력 2024-08-30 00:15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청 밖 ‘제3의 장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저도 검사 시절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해 멀리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김 여사 조사 방식을 특혜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모 상병의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논란과 관련해서는 “외압 실체가 없다는 게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이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저도 과거에 사저를 찾아가서 조사했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방식이나 장소가 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이던 201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주택자금 밀반출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찾아 권양숙 여사를 조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이 아닌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검찰 수사팀의 방문조사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검찰 대면조사에 응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은 처음이었다. 다만 김 여사가 검찰청으로 출석하지 않은 점을 두고 대검찰청과 일선 수사팀 사이에 이견이 표출되는 등 논란이 뒤따랐다.

윤 대통령은 “준사법적 처분의 결과나 재판의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언급을 그동안 자제해 왔고,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구나 언급을 안 하는 게 맞는다”며 검찰 처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을 직무 관련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원석 검찰총장은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결정한 상태다.

김 여사 일정 등을 공적으로 관리할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한 문답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장소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마땅한 데가 없다”며 “장소가 잘 준비되면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8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추천이) 오면 임명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는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잘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수사 외압 및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채상병 특검 관련 청문회를 했고, 방송을 통해 잠깐잠깐 봤다”며 “이미 거기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서 한 답변을 두고 한 발언이다. 박 전 단장은 당시 “‘누구를 넣어라 빼라’ ‘사건을 이렇게 수사해라’ 하는 구체적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