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1~204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NDC)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부 기후대책이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첫 헌재 결정이다. 정부와 국회는 2049년까지의 장기 배출량 감축 계획을 세우기 위한 논의를 거칠 전망이다.
헌재는 29일 2030년까지의 NDC만 규정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 추가 목표를 규정하는 등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개정 때까지는 조항이 계속 적용된다. 이번 소송은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나온 기후소송 선고다.
현행 탄소중립법 시행령은 2030년의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규정했는데 그 이후 기준은 설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정부가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는데, 세부 목표는 2030년까지만 정해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시점에서는 적은 양을 감축하고 미래에 많은 양을 감축하게 하는 식으로 미래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은 2031~2049년 NDC에 대해 어떤 형태의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해 기후위기 위험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로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요 쟁점이었던 ‘2030년까지 배출량 목표도 불충분하다’는 취지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구체적 수치 설정에 다양한 고려 요소와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이상 그 수치만을 이유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2023~2030년 연도별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청구도 기각됐다. 쟁점은 연도별 감축 목표를 정할 때 2018년도 배출량은 ‘총배출량’으로 계산하면서 2030년도의 목표치는 흡수·제거량을 제외한 ‘순배출량’으로 산정한 것에 문제가 있는지였다.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재판관 4명의 의견과 기준이 달라선 안 된다는 5명 의견이 엇갈렸다.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기각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며 “2049년까지의 NDC를 어떤 기준, 어떤 내용으로 법률에 담을지 관계부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세종=박상은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