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교회 다니기 vs 교회로 살기

입력 2024-09-02 03:09

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의 밤 풍경이 마치 공동묘지 같다고 말합니다. 도심 곳곳을 빼곡히 채운 붉은 십자가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교회라고 하면 꼭대기에 십자가를 세운 건물을 떠올립니다. 교회를 건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교회에 간다’ 혹은 ‘교회를 다닌다’라는 말이 기독교 신앙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말이 됐습니다. 일부 성도는 교회를 하나님께서 임재하신 구약의 성막을 떠올리며 성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성경에서 교회라는 단어는 하나님의 총회를 뜻하는 카할이나 에다, 에클레시아, 쉬나고게 같은 다양한 어휘로 표현됩니다. 네 단어는 모두 건물과 무관하며 특정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신약에서 교회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인 에클레시아는 ‘ek(밖으로)’와 ‘caleo(부르다)’의 합성어입니다. 어떤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부름받은 시민의 모임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신 예수님은 크게 칭찬하시며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에클레시아)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베드로와 같은 고백을 하고 믿는 사람을 말합니다. 교회라는 단어에는 건물에 대한 암시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에클레시아는 시내 산에서 하나님과 ‘왕과 백성의 언약’을 맺은 이스라엘 총회를 지칭하는 카할의 헬라어 번역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와 백성이 된 자들을 말합니다. 가정과 집이 구분되듯이 당연히 교회와 예배당을 구분해야 합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이 땅에 존재하는 하나님 나라 백성이고 건물은 하나님의 백성이 모이는 장소이므로 교회당 혹은 예배당으로 불러야 합니다.

성경은 사탄의 지배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 하나님의 백성을 ‘하나’ ‘한 새사람’이라고 선언합니다. 특히 ‘한 새사람을 지어’라는 표현은 교회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새로운 피조물임을 말합니다. ‘한 새사람’은 상징적 표현이 아닙니다. 실제로 새사람이 됐다는 존재론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의 존재 방식은 ‘나’가 아니라 ‘우리’입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른 남녀가 결혼하면 ‘부부’라는 정체성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을 믿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순간 한 몸, 한 가족이라는 교회적 정체성이 생깁니다. 이렇게 볼 때 ‘교회 다닌다’라는 말은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라는 뜻이 아니며,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가 서로 연합하여 한 몸이 된 교회 공동체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된 성도는 믿음의 형제들과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며 사랑으로 섬기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교회 다닌다’라는 표현보다는 ‘교회로 살아간다’라는 표현이 성경적으로 적절합니다.

김광호 율하교회 목사

◇김광호 목사는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 Div)를 취득했습니다. 2006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대구시 동구 혁신 도시에 있는 율하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