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바이블] 더럽히다(defile)

입력 2024-08-31 03:07

고대 그리스어 코이노스(공동의 흔한 평범한)에서 나온 코이노오(평범하게 만들다)는 우리말 신약성서에서 더럽히다(마 15:11, 막 7:15, 행 21:28) 속되다 하다(행 10:15, 11:9)로 번역됐습니다. 성스러운 것을 보통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신약 전체에 14번 쓰였습니다. 코이노니아(동료애 교제)도 코이노스에서 나왔습니다(국민일보 2023년 10월 07일 10면 참조).

영어 성경은 코이노오를 디파일(defile·더럽히다, 망가뜨리다)이라 번역했습니다. 라틴어 풀로(마전장이)에서 온 폴레르(걷다 짓밟다)에 접두어 디(아래로)를 붙인 단어에서 전해졌습니다. 마전장이는 마가복음 9장 3절에 나오는 ‘빨래하는 자’입니다.

“예수님이 다시 무리를 가까이 불러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들 내 말 잘 듣고 이해하도록 하세요. 사람 밖에서부터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람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람한테서 나오는 것들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들입니다. 안에서부터, 사람 마음에서 나쁜 생각이 나와요. 곧 음란한 짓, 도둑질, 살인입니다. 또 혼외 관계, 지나친 욕심, 악함, 속임수, 멋대로 놀아남, 못된 눈초리, 하나님 모독, 시건방짐, 아둔함입니다. 이 모든 악한 것들이 안에서부터 나와서 사람을 더럽힙니다.’”(막 7:14~15, 21~23·새한글성경)

제자들이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을 두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예수의 이야기는 낯설었습니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