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15)양은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했다. 같은 반 친구 2명의 SNS가 해킹당했다는 소식에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양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불거지면서 친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SNS에 올린 개인 사진이 어떻게 악용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계정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텔레그램 등에서 확산하자 학생들이 직접 계정을 삭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선 학교와 교육 당국이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는 동안 학생들이 저마다 예방법을 찾는 모습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중학생 A양(13)은 친구 6명과 ‘단체 카톡방’ 대책회의를 했다. A양은 “학교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지만 딥페이크는 생소한 내용이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공부했다”며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가까운 친구들과 대응방안을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후 A양과 친구들은 밤새 SNS에 올린 자신들의 사진을 모두 지웠다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명확한 지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학부모 여모(40)씨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아이들한테 학교에서 조심하라는 말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학생들이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표현하는 건 일상의 즐거움이고 추억을 기록하는 것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검열하도록 만드는 방향이 맞나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직접 피해 사례를 모으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B양은 엑스(X·옛 트위터)에 피해 의심 학교 명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민일보와 메신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SNS에서 돌던 명단을 보다 우리 지역 학교는 피해가 없는지 걱정이 돼 직접 찾아보게 됐다”면서 “확인한 학교 명단을 공유하자 하룻밤 새 제보가 200건 넘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낀 B양은 본격적으로 제보 내용 확인에 나섰다. 가짜뉴스나 2차 가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캡처 사진 등 증거가 있을 때만 명단에 포함하고, 가해자든 피해자든 신상공개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명단을 추가하고 있다.
B양은 “피해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명단에 오른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 범죄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있다”면서 “하루빨리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 가해자는 처벌받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원준 김승연 박선영 기자 1jun@kmib.co.kr